6·25전쟁 직후 대한민국은 유엔이 정한 최빈국이었다. 1인당 GDP 63달러. 아프리카 가나가 66달러였다. 지금 한국은 8위권 선진국이다. 이는 인류 역사를 통틀어 기적이다. 농담을 섞어 말하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출현 이후 지구마을에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가파른 산은 골도 깊다. 이 역시 틀림없는 사실이다. 국가의 흥망성쇠가 이와 같다. 지금 대한민국이 더 높은 산으로 올라가는 중인지, 가파른 계곡으로 떨어지는 중인지 알기 어렵다. 그래서 통계를 봐야 한다.

17일 통계청 ‘2022~2072년 장래인구추계’는 매우 불길하다. 최악의 저출산·고령화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고 있다. 인구추계는 고위(낙관적)·중위(중간)·저위(비관적) 추계로 통계를 잡는다. 결론부터 말해 우리의 저출산·고령화 추계는 모두 비관적으로 나타난다. 전 부문에 걸쳐 OECD 38개국 중 1위다. 신생아 출생은 세계에서 가장 낮고, 고령화 추세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며, 고령층은 최장수 국가인 일본보다 더 오래 산다. 오래 산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기가 막힐 일이다.

지난 2010~2060년 인구추계에서 2022년 합계출산율로 중위추계 1.37명, 저위추계 1.00명을 전망됐다. 하지만 2022년 결과는 0.78명이었다. 가장 비관적인(저위) 전망치에도 미치지 못했다. 출생아 수도 2022년 35만1000명(저위)으로 예상했으나 결과는 24만6000명이다. 13년 전 예상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보다 훨씬 더 비관적이라는 이야기다. 2067~2072년 인구성장률에서 우리나라가 -1.3%로 최저치로 예상됐다. -1.0%대는 한국이 유일하다.

고령화 추세 역시 예상을 뛰어넘었다. 당초 2022년 65세 이상 비중을 17.1%로 예상했으나, 실제는 17.4%다. 2072년 기대수명은 대한민국이 91.1세로 1위다. 일본(90.9세), 이탈리아·스위스(90.3세), 스페인(90.0세)까지 5개국이 90세를 넘길 국가로 전망됐다.

결론은 명료하다. 신생아는 가장 적고 노인은 가장 많은 나라가 된다.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일하는 노동인구 연령층부터 먼저 조정해야 한다. 일본의 정년은 70세다. 우리도 일하는 인구를 빨리 늘려야 한다. 결혼·출산 대책과 노령화 대책이 병행 수립돼야 한다. 여성가족부를 인구 대책 전담 부서으로 개편하는 문제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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