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시의 ‘애기봉 성탄 트리’에 다시 불이 켜졌다. 10년 만의 일이다. 김포시는 24일 애기봉평화생태공원에서 전망대로 올라가는 800m 길이 탐방로에 크리스마스 트리 모양의 조명 시설을 설치하고 점등식을 열었다.

애기봉 성탄 트리는 연원이 오래 됐다. 애기봉은 임진강 건너 북한 개풍군과 불과 1.4㎞ 거리다. 서부지역 최전선이다. 1964년 해병대가 높이 18m의 트리를 설치했다. 1971년부터 기독교계의 요구로 30m 높이 철탑이 세워졌다. 이때부터 매년 개신교 주관으로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 행사를 열었다. 북한 주민과 군인들에게 신앙의 자유를 알리려는 뜻이 담겨 있었다. 1970년대 당시에는 남북 간 체제 경쟁 시기이기도 했다.

북한당국이 ‘애기봉 트리’에 체제 위협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다. 이 시기에 극심한 식량난을 겪으면서 1994년~1998년 사이 300만 명이 굶어죽었다. 당시 미군 정찰위성이 촬영한 야간의 한반도 사진을 보면 휴전선 남쪽 지역은 불이 환한 반면, 이북 지역은 평양·신의주 등 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깜깜한 암흑천지다.

이런 상황에서 서부전선 접경 지역을 환하게 불 밝힌 ‘애기봉 성탄 트리’는 북한 군인들에게는 미지의 세계가 보내는 희망의 불빛, 세습독재정권에게는 체제 위협 신호였다. 실제로 ‘애기봉 성탄 트리’의 눈부신 불빛을 본 뒤 탈북한 이들이 있다. 이 때문에 북한당국은 노무현 정권 시기인 2004년 남북 군사회담에서 ‘애기봉 성탄 트리’의 조명을 꺼줄 것을 요구해 2004년~2010년까지 점등식을 하지 못했다. 이후 2010년 천안함 폭침·연평도 포격전이 있은 뒤 점등식이 재개됐다. 당시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우리 군 기갑부대가 실탄을 장전한 채 비상 대기했다.

2014년 10월 애기봉 트리로 쓰던 철탑이 낡아 철거한 후 개신교계에서 9m 높이의 트리 점등식을 열려고 했으나 결국 불발에 그쳤다. 북한당국의 협박과 남한 내 친·종북 단체들이 "북한을 자극한다"며 거세게 반발하자 이른바 보수-진보 간 국론분열을 우려해 취소한 것이다.

앞으로 ‘애기봉 성탄 트리’의 조명이 꺼지는 일이 결코 있어선 안 된다. ‘국가통합’은 자유민주주의 헌법을 기준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친·종북 세력이 반대한다고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포기할 수는 없다. ‘애기봉 성탄 트리’의 조명은 그 누구든 꺼뜨려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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