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4월 22대 총선부터 투표용지 개표 과정에 전수 수(手)개표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전자개표 후 사람이 투표용지를 전부 확인하는 전수 검사를 추가하는 것이다. 일각에서 제기되어온 해킹 우려와 부정선거 시비를 원천 차단한다는 취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런 내용의 선거 절차 개선 방안을 확정해 이르면 연내, 늦어도 다음달 발표할 계획이다.

현행 개표 절차에선 투표함에서 빼낸 투표용지를 1차로 투표지 분류기(전자개표기)에서 특정 기호의 후보자나 정당에 기표한 투표지끼리 모은다. 이어 이 투표지 뭉치들을 각각 심사 계수기에 넣어 다시 확인한다. 심사 계수기가 투표지를 분당 150매의 속도로 한 장씩 떨어뜨리면서 매수를 세면, 개표 사무원이 떨어지는 투표지를 눈으로 보고 투표지가 정상인지, 제대로 분류됐는지 확인한다.

정부는 투·개표 과정에서 투표함과 투표용지에 대한 접근 권한을 원칙적으로 공무원에게만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총 32만6000여 명이 투·개표 사무원으로 일했는데, 이 중 약 40%는 민간에서 자원한 인원이었다. 정부는 앞으로 투·개표 과정에 지방공무원의 참여를 크게 늘려 원칙적으로 공무원 외에는 투표용지를 만지지 못하게 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또 투표용지 이송 전 과정에 경찰이 반드시 입회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지금은 관외 사전 투표용지를 우체국 등기우편으로 관할 투표소에 보낼 때 우체국에 경찰이 들어가지 않는다. 앞으로는 경찰이 우체국 안에서 투표용지 이동을 확인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투표용지 왼쪽 하단에 투표관리관이 직접 도장을 찍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번 투·개표 절차 개선으로 부정선거 의혹은 대폭 불식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투표 결과 발표는 늦춰질 수밖에 없다. 선관위 관계자는 "전수 수검표 시 투표 다음날 새벽까지 개표 결과를 내놓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음날 오후까지 작업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이번 투·개표 절차 개선은 국민 일각의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대응이다. 선거 과정에 일말의 의혹이라도 있다면 정부는 분명하게 해명해야 한다. 수사기관이 적극 조사해 의혹을 씻어줄 필요도 있다. 이번 투·개표 절차 개선이 그런 방향으로 가는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