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국무총리. 이 전 총리는 신당 창당 행보를 이어가는 가운데, 호남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퇴진 등 ‘통합 비대위로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합
이낙연 전 국무총리. 이 전 총리는 신당 창당 행보를 이어가는 가운데, 호남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퇴진 등 ‘통합 비대위로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 당 지도부에 대한 호남 민심 동향이 심상치 않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찬성한다’고 응답한 호남 지역 주민들의 비율이 45%에 육박한 게 의미심장하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선 호남이 이낙연 신당 등 분당 움직임에 크게 동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상대당인 국민의힘이 한동훈 전 법무부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는 등 혁신에 박차를 가하는 데 비해 민주당은 공천갈등만 부각되는 것에 대해서도 민주당 지지자들이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해석이다.

지역에서 통합 비대위 찬성 여론이 높은 것은 어떻게든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포용해 혁신을 이뤄내라는 주문이란 것이다. 이 대표는 최근 김부겸 전 총리를 만난 데 이어 내일(28일)엔 정세균 전 총리와 회동할 예정인데, 이번 회동이 민주당 리더십 향배에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만일 이-정 회동이 성과없이 끝날 경우 이낙연 전 총리는 신당 행보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등 호남 민심을 더욱 흔들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 22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 National Barometer Survey)에 따르면, ‘민주당 일부가 통합비대위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란 질문에 광주·전라 지역 응답자 45%가 ‘동의한다’고 대답했다.(매우 동의 15%, 대체로 동의 30%) NBS 조사는 남다른 공신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데, 통상의 여론조사 응답률이 3% 내외에 그치는 반면 이번 NBS 조사는 응답률이 13.7%에 달했다. 응답률은 조사의 신뢰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지표다. 호남에서 비대위 전환 요구가 이처럼 만만치 않다는 점은 이낙연 전 총리의 행보를 한결 자유롭게 할 것이란 평가다.

이 전 총리는 앞서 지난 20일 이 대표와 김 총리 간 회동에 대해 "실망스럽다. 해오던 일(창당 준비)을 계속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치권은 이 발언을 이 전 총리가 당 지도부에 공천 지분을 계속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현재 정세균·김부겸 두 전 총리가 이재명-이낙연 간 중재자 역할을 자임한 것으로 평가되는데 만일 28일로 예정된 이재명-정세균 간 회동마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이 전 총리는 끝내 신당 창당을 결행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커진다.

문제는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 방어와 차기 대선 출마를 위해 결코 ‘이재명 당’을 양보하지 않을 것이란 데 있다. 현재 민주당은 당의 분열을 막기 위해 이른바 ‘3총리 공동선대위원장’ 구상을 하고 있다는 게 알려졌는데, 이 전 총리의 탈당을 막기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고영신 정치평론가는 "이 대표가 2선 후퇴나 비대위에 마음이 있었다면 진작 했을 것"이라며 "한편에선 이 대표가 공천을 다 해놓은 다음 사퇴하는 꼼수를 쓴다고 하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결국 28일 정세균 전 총리의 설득이 얼마나 먹힐 것인가인데 전망이 밝지 않다"고 부연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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