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
정기수

한동훈의 국힘 비대위원장 수락 연설은 이 나라 정치판에 거대한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끼게 했다. 전율이 일었다. 평소의 소신과 철학, 레토릭의 심층적 반복이었으나, 집권 여당 비대위원장이라는 무게와 총선을 100여 일 앞둔 시의성이 그 신선도와 충격파를 극대화했다.

단 하나 미처 예측하지 못한 것은 있었다. 불출마 선언이다. ‘국회를 건너뛰고 국무총리를 거쳐 대권으로 향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식의 여의도 문법 해석은 그 선언의 헌신성, 엄중함을 더럽히는 천박한 모욕이 될 것이다.

그는 결벽증이 지나친 사람이다. 개인적 인기와 대혁신을 이끄는 집권당 프리미엄으로 어느 험지에 나가더라도 우세할 것이지만, 전국 유세와 배수진 명분으로 비례대표 후순위를 택하더라도 무난히 금배지를 달 것이지만, 자신에게는 손쉬운 영광, 구경꾼들에게는 스릴의 즐거움을 박탈해 버렸다.

"오직 동료 시민과 이 나라 미래만 생각하면서 승리를 위해서 용기 있게 헌신하겠다. 저는 승리를 위해서 뭐든 하겠지만, 제가 그 승리의 과실을 가져가지는 않겠다."

조롱과 비아냥 선수들 모임 민주당에서 험구(險口)로 유명한 정청래가 특유의 ‘깐죽’을 어김없이 즉각 글로 적었다. "강남, 영남 아니면 당선 가능성이 없고, 비례대표는 검사 공천에 차질을 빚을 것 같으니 고육지책으로 한 불출마 선언이다."

이런 입들만 살아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운동권 개딸당, 이재명의 민주당이다. 한동훈은 5686(50~60대 연령,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 운동권 정치 청산과 범죄혐의자 이재명 제거를 대놓고 천명하는, 김대중·김영삼도 못한 정면 승부 취임사를 했다.

"중대 범죄가 법에 따라 처벌받는 걸 막는 게 지상 목표인 다수당이 더욱 폭주하면서, 이 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런 당을 숙주 삼아 수십 년간 386이 486, 586, 686 되도록 썼던 영수증을 또 내밀며, 대대손손 국민 위에 군림하고 가르치려 드는 운동권 특권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

방탄 이재명 민주당과 국민·국가 약탈 거머리 운동권 세력이 이 선언을 듣고 내년 봄 운명을 예감하지 못한다면, 그들은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다. 힘으로 쳐 없애야 할 괴물들이다. 한동훈은 그 힘을 준비하는 용기와 헌신의 장수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무슨 사태가 나고 있는지 멋모르는 민주당 금배지들은 ‘한나땡’(한동훈 나오면 땡큐)이라며 철부지 말장난을 즐기고 있지만, 친명 지도부는 연초부터 붕괴에 직면할 가능성이 100%다. 왜? 엄청난 쓰나미가 닥쳐 오는데, 따뜻하게 안주하던 집에 계속 머무르겠다는 건 자살할 결심이기 때문이다.

이낙연이 신당 창당을 압박하고, 다른 두 전 부총리 김부겸과 정세균이 최후통첩을 하면 이재명이 백기를 들지 않을 수 있을까? 이러다 다 죽는다며 비명계들이 아우성치고 일부 기회주의자들이 가세할 경우 그는 사면초가에 빠진다. 일주일에 3~4회 재판받으러 가야 하는 판에 잘못하면 총선 전에 구속될 수도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그러면 한동훈 우산 아래서 안전할 건가? 아니다. 5천만 국민과 함께 쓰는 한동훈의 표준말에 따르면 "자기 힘으로 돈 벌어서 가족을 부양해 온 열심히 일하며 사는 실력 있는 ‘동료 시민’ 대표들"로 대체될 것이다. 이 공천 혁명은 국힘 당의 발전적 해체다.

실력 없고 투지 없고 정체성 모호한 웰빙주의자들은 퇴출이 정답이다. 친윤이니 영남 중진이니 하는 차원을 넘어서는 대청소다. 나이뿐 아니고 후보들이 가진 이념과 직업도 확 바뀌어 골수보수 기득권자들에서 중도보수 전문가들로 새 진용이 꾸려지게 될 것이다.

한동훈 쓰나미에 의한 대한민국 양대 정당의 재탄생 드라마가 시작되고 있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