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가운데) 비상대책위원장과 당 관계자들이 1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고 있다. /연합
국민의힘 한동훈(가운데) 비상대책위원장과 당 관계자들이 1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고 있다. /연합

오는 4.10총선의 구도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 대결로 굳어진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사즉생(死卽生) 전략이 낸 결과란 평가가 나온다.

한 위원장은 진작부터 차기 대선주자로 주목을 받아온 터라 현 집권자인 윤 대통령과는 언제든 갈등관계에 놓일 수 있는 인물이다. 그런 한 위원장을 윤 대통령이 여당 비대위원장에 끌어올린 것은 ‘나를 밟고 총선에서 승리하라’는 메시지란 것이다.

실제 1일 중앙일보가 의뢰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39%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34%로 조사됐다. 오차범위 내에서 국민의힘이 앞선 것이다.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오는 총선에서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이른바 정부견제론(53%)은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정부지원론(39%)보다 14%p 더 높았다. 민주당이 정부견제 여론을 모두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이면서, 국민의힘이 정부견제론을 일부 희석시키고 있다는 해석도 된다.

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은 이같은 조사결과에 대해 "유권자들의 자기 모순"이라고 지적하며 그 이유에 대해선 "윤 대통령이 권력의 속성과 정반대되는 전략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일 유튜브 김광일쇼에 출연한 전 전 의원은 "총선은 대체로 정권 심판으로 가게 돼 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대단하게도 이 트렌드를 뒤집어버렸다"며 "한동훈 위원장을 내세움으로써 미래권력을 전면에 등장시켰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 전 의원은 이어 "현재권력이 가장 싫어하는 건 미래권력"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 체제는 윤 대통령이 ‘나를 죽이고 총선에서 이겨라’라는 승부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내가 죽는 대신 미래권력을 밀어주는 게 나라를 살리는 길’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부연했다.

실제 한국정치사에 등장한 역대 대통령 중 2인자를 키운 대통령은 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하며 이명박 대통령과 대립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북송금 특검을 추진하며 전임 김대중 대통령을 위태롭게 했다.

익명의 한 여권 관계자는 "한 위원장이 법무부장관이던 시절에는 윤 대통령에 뜻에 무조건 따라야 했지만 정당 대표는 아무리 여당이라 해도 대통령에 반대할 수 있다"며 "윤 대통령이 한동훈이란 인물을 비대위원장으로 올린 것은 차기 권력자로서 낙점한 것이자 윤 대통령 본인의 권력 누수를 감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1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무선전화 면접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최대 ±3.1%p)에서, 수도권에서도 인천·경기 지역은 여야 지지율이 각 37%로 동률을 기록했다. 이 지역은 전체 지역구 253석 중 28.5%(72석)가 몰려 있는 인구 과밀 지역인데다, 수도권 메가시티 등 굵직한 이슈까지 맞물려있다.

서울·충청 지역에서는 국민의힘 약진이 두드러졌다. 서울 지역 응답자 중 41%가 국민의힘을, 33%가 민주당을 지지했고 대전·세종·충청은 국민의힘 46%, 민주당 29%였다. 민주당은 전통적 강세 지역인 광주·전라(민주당 64%, 국민의힘 8%)와 제주(민주당 58%, 국민의힘 33%)에서 크게 앞섰으며, 국민의힘도 대구·경북(국민의힘 56% 민주당 14%)과 부산·울산·경남(국민의힘 49%, 민주당 27%)에서 압도했다. 강원 지역은 국민의힘 32%, 민주당 29%로 엇비슷했다.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 세부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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