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 부족에 식료품 공급 불안...내달 26일 행정장관 선거 사실상 논의 실종

10일 홍콩 몽콕 지구에 설치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 검사소 앞에 차례를 기다리는 주민들. 전날 홍콩의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처음으로 1000명을 넘어섰다. 14일엔 하루 확진자가 2000명을 넘어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AP=연합

코로나19의 5차 대유행이 진행 중인 홍콩에서 14일 코로나 하루 확진자가 2000명을 넘어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동망(東網)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홍콩에서 1월 초 일일 수십명에 지나지 않던 감염자가 수백명으로 급증하면서 이달 9일 1000명을 돌파, 14일엔 다시 2000명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3월 말까지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2만80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본토와 마찬가지로 제로 코로나 정책을 견지한다"면서도, "현 단계에서 도시 봉쇄 계획은 없다"는 게 홍콩 정부의 입장이다. 도시 봉쇄로 대표되는 중국식 ‘제로 코로나’와 서양식 ‘위드 코로나’ 사이에서 당국이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다. 홍콩 정부는 다른 나라들이 속속 방역 정책을 변경하는 것과 달리 중국과 함께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는 한편, 한국처럼 코로나 상황에 따라 외식할 때 함께 모일 수 있는 인원수·영업시간 등을 탄력적으로 조절해왔다.

하지만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에 하루 확진자 수가 지난 달보다 10배 이상 늘자, 도시 전체의 봉쇄 사태를 맞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의 시각이 강화됐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도시 전체가 아니라도 지역별 이동 금지 가능성은 높아졌다.

병실난 가중, 중국으로부터 식료품 공급지연 문제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SCMP는 홍콩 의료 당국을 인용해, 현재 홍콩 각 병원에서 치료 중인 코로나 환자가 3600여 명이며 병상 가동률이 90%에 근접해 여유 없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식료품점 매대는 텅 비었다. 중국 본토에서 홍콩으로 음식재료를 들여오던 홍콩 화물차 운전기사 400명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거나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시설에 격리됐기 때문이다.

이후 재래시장에서마저 식자재·식료품 가격이 몇 배나 올랐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5차 대유행이 홍콩에 큰 타격을 가해 우리의 대처 능력을 압도했다", "‘제로 코비드’ 전략 실천에 정부는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 "중국 당국이 검사와 방역 강화를 위해 자원을 지원해 줄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 중이다.

홍콩은 오는 3월 26일 행정장관(행정 최고 책임자) 선거를 치를 예정지만, 선거 논의가 사실상 실종됐다. 심각한 코로나 상황에 더해 국가보안법으로 홍콩 내 민주 진영이 붕괴한 터라, 선거인단 1468명만 참가하는 ‘조용한 선거’가 될 전망이다. SCMP는 중국이 지지하는 단일 후보 출마의 ‘마카오식 선거 모델’을 홍콩 친중 진영이 제안해왔다고 전했다.

8일 홍콩의 한 재래시장 야채가게들이 마스크를 쓴 손님들로 붐비고 있다. 중국 광둥성 선전시 화물차 기사들의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홍콩 전역이 공급난에 따른 채소 대란을 겪고 있다. /로이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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