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피습이 파문을 불러온 가운데 민주당 탈당 세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당 행보를 가속화하던 이낙연 전 대표 측은 정치권 분위기를 고려, 이달 초로 목표했던 창당 시기를 하순께로 늦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 전 대표가 신당 계획을 포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민주당의 혼란이 당분간 더 심해질 전망이다.

이낙연은 지난해 30일 이재명과 비공개 회동을 갖고 통합 방안을 논의했으나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당시 이낙연은 "이재명 대표의 변화 의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며 "갈 길을 가겠다"고 했다. 탈당 및 신당 창당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재명 역시 "사퇴나 통합 비대위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은 ‘엄중 낙연’이라는 별명처럼 말만 거창하고 실천이 따르지 않는 정치인이라는 평가가 많다. 따라서 이재명 피습을 핑계 삼아 신당 계획을 포기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럴 경우 대권후보의 위상은 결정적으로 추락하게 된다. 정치적 자살을 원하지 않는 이상 그런 선택을 할 가능성은 낮다.

이낙연이 신당을 포기하고 민주당에 잔류한다 해도 문제는 남는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외상(外傷)이 내환(內患)으로 바뀌는 셈이다. 훨씬 치명적이고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 된다. 이낙연이 신당을 차려 나가면 포기하고 내부 전열 정비에 전력을 기울일 수 있지만, 당에 잔류할 경우 공천과 선거운동 내내 잡음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 친명계는 이재명 피습을 호재로 여기는 분위기다. 피해자 서사를 강조하고 비극이 많아지는 것을 반기는 민주당의 성향상 이재명 피습을 총선 가도의 파란 불로 여길 만하다. 보복 운전 혐의를 억지로 부인하는 이경이 느닷없이 "대통령이 민생은 뒷전이고 카르텔, 이념 운운하며 국민 분열을 극대화하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 아닌가"라고 주장한 것도 그런 속셈을 보여준다.

이재명이 부산에서 할 수 있는 응급처치를 마다하고 헬기까지 동원해 서울대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은 것도 속이 뻔히 보이는 ‘이슈의 전국화’ 의도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총선의 호재로 여기는 민주당의 셈법이 그리 쉽게 먹혀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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