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꿈이었다.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우주를 개척하는 꿈. 드디어 ‘대한민국 우주시대’를 여는 첫 단추를 뀄다. 한국판 NASA(미 항공우주국)가 될 우주항공청 설립 법안이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 이어 8일 법사위까지 신속하게 통과했다.

우주항공청 특별법에 따라 우주항공청이 곧 설립된다. 빠르면 올해 5월쯤 출범 가능하다고 한다. 벌써부터 초대 우주항공청장이 누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실로 오랜만에 우리사회에 상식(common sense)의 분위기가 잠깐 돌아온 느낌이다.

1960~70년대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의 꿈은 ‘아인슈타인’ ‘이순신’이었다. 희망이 있는 사회는 초등학생들의 꿈을 보면 안다. 요즘은 초등학생들의 꿈이 뭔지 언론에 나오지도 않는다. 20여 년 전부터 "부자 되세요" "대박 나세요" 식의 막돼먹은 인사가 TV에 등장했고, 학생들은 앞다투어 "연예인 될래요"라고 말했다. 이런 사회가 ‘아인슈타인’ ‘이순신’이 꿈인 상식의 사회보다 어떻게 더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겠나.

1991년에 망한 소련도 한때 잘 나가던 시기가 있었다. 이들은 1957년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미국보다 먼저 쏘아 올렸다. 당시 소련은 기초과학에 국력을 쏟아부었다. 모스크바종합대 수학물리부에 입학시험 원서를 내려면 고등학교 졸업성적 4.0 만점을 받은 학생들만 가능했다. 합격자 발표 날이면 키릴 공대, 우크라이나 공대 교수들이 모스크바종합대 교문에서 장사진을 쳤다. 수학물리부 시험에 떨어진 학생들을 먼저 데려가기 위해서였다. 이처럼 기초과학을 중시한 사회적 분위기에 힘입어 소련이 먼저 우주항공시대를 연 것이다. 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에 깜짝 놀란 미국의 젊은 지도자 케네디 대통령이 부랴부랴 NASA를 만든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제 우리도 우주항공청 개청으로 달 착륙과 화성 탐사를 앞당길 수 있게 됐다. 미국은 민간이 우주 시대에 뛰어들었다. 우리도 정부와 민간이 함께 우주를 개척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를 열어야 한다. 우주항공청은 각 정부 부처에 흩어져 있던 우주항공 관련 업무를 이관받아 총괄하게 된다. 초등학생들의 꿈이 ‘우주항공청장’이 되려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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