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복
한영복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교권회복을 위해 올해부터 1학교1변호사제도를 시행한다고 했다. 그 배경은 교사들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큰 파장을 몰고 온 교권침해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조희연 교육감은 교권침해가 일부 학부모의 ‘내 새끼 지상주의’에 의해서만 비롯되는 것처럼 접근하고 있다. 그것은 여러 원인 중 하나일 뿐이다. 교사들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심한 압박을 받는다. 학부모와의 관계 외에 학생과 교사, 교사와 교사 간 문제나 행정업무, 교육활동 외의 과중한 일과 등 여러 요인에서 비롯된 스트레스가 내포돼 있다.

교사의 역할은 크게 교과지도 영역과 생활지도 영역 두 가지로 나타난다. 작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조사에 따르면 교사의 가장 큰 어려움은 ‘생활지도(30.4%)’가 1위, ‘학부모민원 및 관계 유지(25.2%)’가 2위였다. 생활지도 상의 자잘한 스트레스가 가장 심한데, 여기에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 가중되면 누적된 압박이 한꺼번에 밀려와 감당하기 어렵게 된다. 대변 누는 것을 봐달라거나 준비물 챙겨달라는 요구도 있고, 필기구 준비 안한 학생들이 많아 아예 교사가 학생들 사물함에 비치해주기도 한다. 보육까지 맡아서 밥상머리교육도 해야 하는 처지가 교사로서는 가장 힘든 부분이다. "집에서도 안 하는 청소 왜 시키느냐?"는 초등 5년생의 항의에는 망연자실하기만 하다. 교사들 우울증은 초등교사가 35%로 압도적으로 많다.

학생인권조례에서 비롯된 ‘아동학대’나 ‘인권침해’ 프레임에 걸려드는 데 대한 압박감도 적지 않다. 정상적인 교육행위가 아동학대로 간주되면, 교사들은 교육활동과 인권침해의 구분이 어려운 혼란에 빠지게 된다. 교사로서의 긍지는 사라지고 무력감에 빠지기 쉽다. 어느새 교육의 열정은 간 데 없고 자포자기 상태가 되어 버거운 상황에 끌려가는 처지가 된다.

교사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수업시간 후에 학생 또는 학부모와의 문제를 다루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게다가 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는 행정업무 부담도 교사를 힘들게 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에선 특히 교과교사와 비교과교사가 협력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러나 과중한 업무가 아무리 힘들어도 젊은 교사들은 하소연도 어렵다. 한 쪽에선 누구나 교사 초기엔 그랬다는 식의 언질이 나온다. 관리자들은 노조와의 마찰을 우려해 조용히 지나가기만을 바란다.

이처럼 원인이 다양하지만,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1학교1변호사제도는 협력을 바탕으로 하기보다는 학부모는 가해자, 교사는 피해자라는 대립관계로 설정하고 해법을 모색했다. 학생이나 동료교사들도 때로는 직·간접적인 원인을 제공하며 교내 시스템상의 문제 등도 원인이 되는 점을 간과했다. 다양한 원인을 해소하려면 당사자 모두가 원활한 소통을 통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학생인권조례 폐지 주장도 맞다. 하지만 그것은 인권침해의 프레임으로 이용되는 것일 뿐 폐지해도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인권과 무관한 것을 인권침해로 모는 것이 본질적인 문제다. 교사가 보육교사가 되지 않게 하는 것은 구성원 모두가 공동으로 노력할 부분이다. 과중한 업무가 한 쪽으로 쏠리는 것을 보기만 한다면, 조희연 교육감이 말하는 공동체라고 볼 수도 없다. 1학교1변호사 제도가 학교·교사가 학생·학부모와 거리두기를 하는 원인이 된다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교사가 된 것을 후회한다는 응답률이 3위다. 교대생 중 절반이 진로 변경을 고민하고, 금년도 전국 13개 교대 수시모집 지원에 31% 미달을 기록, 작년보다 10%나 많아졌다. 국가의 미래는 교육에 달려 있으나 교직 기피현상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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