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건은 ‘전설’이다. 유가족이나 온갖 단체 등이 사건에 대한 이성적인 접근 자체를 가로막았다는 점에서 전설이다. 특별조사위원회, 선체조사위원회,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등이 8년간 9차례에 걸쳐 진상 조사를 벌였다. 여기에만 800억 원 넘는 예산이 들어갔다. 선체를 인양한다며 중국 업체들을 불러 1천억 원 넘는 돈을 썼다. 하지만 새로운 내용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단독 처리한 것이다. 2022년 10월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의 책임자 처벌을 위해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하자고 한다. 국민의힘은 "재난을 정쟁화하고 갈등을 증폭시키기 위한 정략적 의도가 깔렸다"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 법안에 의하면 이태원 참사 특조위는 60명 규모로 2년 동안 활동할 계획이다. 여기에 96억여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인건비가 72억 원으로 75%를 차지한다. 하지만 수십억 원 이상이 추가 소요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세월호 때도 그랬다. 기름진 먹이를 기대하며 지금부터 침 흘리는 운동권 룸펜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참사의 원인을 추가 조사한다고 하지만, 이 사건의 원인은 이미 다 나왔다. ‘좁은 골목에 감당할 수 없는 인파가 몰려 넘어지면서 참사가 벌어졌다’고 결론이 나왔다. 민주당 주도로 55일간 국정조사를 했지만 더 나온 게 없다. 예방과 대응을 제대로 못한 서울경찰청장·용산서장·구청장 등 23명에 대해 사법처리가 진행 중이다. 뭘 어떻게 더하자는 얘기인가.

민주당 의도는 뻔하다. 참사를 정치 쟁점화 하자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모든 참사가 훌륭한 먹잇감이다.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쓰러지고 비틀거리는 것을 가장 반기는 무리가 이들이라고 봐야 한다. 그 뒤에서 평양과 베이징 정권이 미소를 감추며 표정 관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억측인가.

특별조사위를 만들어야 한다면, 천문학적 비용을 쓰고도 어떤 결과도 만들어내지 못한 세월호 특조위 등에 대해 조사하는 특조위를 만드는 것이 맞다. 어리석은 음모론에 국가 전체가 휘둘린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 원인을 찾아내 책임을 묻는 활동에 쓰는 돈은 결코 낭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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