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민주당을 탈당했다. 이 전 대표는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4년 동안 몸담았던 민주당을 벗어나 새로운 위치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대한민국에 봉사하는, 새로운 길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은 저를 포함한 오랜 당원들에게 이미 낯선 집이 됐다"며 "폭력적이고 저급한 언동이 횡행하는 1인 정당·방탄 정당으로 변질했다"고 비판했다.

과거에도 선거가 닥치면 거대 양당에서 공천을 보장받지 못한 정치인들이 제3지대를 찾는 일이 흔했다. 하지만 이번 신당을 둘러싼 정황은 이전과는 좀 다르다. 이 전 대표가 이번에 추진하는 신당에는 민주당의 ‘원칙과상식’, 양향자 의원의 한국의희망, 금태섭 전 의원의 새로운선택 등이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의 합류 가능성도 점쳐진다.

민주당은 주사파와 호남이 결합한 좌파 연대의 제도권 에이전트라고 봐야 한다. 좌파 연대는 1980년대 대통령 직선제 개헌 투쟁에서 손을 잡고 승리한 이래 사실상 공동 정권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성향과 배경이 다른 호남-주사파 연대는 함께 꿀을 빨면서도 끊임없이 삐걱거렸다. 열린우리당 분당과 국민의당 돌풍은, 민주당 대주주이면서도 주사파에게 주도권을 내준 호남의 반발이 낳은 현상이었다.

민주당은 김대중의 이름을 내세우기 민망할 만큼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다. 좌파 진영이 최근 김대중 탄생 100주년 행사를 대규모로 치르고, 김대중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개봉한 것도, 역설적으로 이들이 김대중을 소환해야 할 만큼 다급해지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이낙연은 김대중으로 상징되는 호남 정치의 정통을 계승한 정치인이다. 2003년 친노가 열린우리당을 만들어 나갈 때도 이낙연은 새천년민주당의 깃발을 지켰다. 그의 선택이 이후 민주당에서 호남 정치가 다시 자리잡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이재명 피습 사건으로 이낙연이 신당 추진을 망설일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그런 전망을 쉽게 넘어섰다. 이낙연은 "양당제를 끝내고, 타협과 조정의 다당제를 시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5선 국회의원,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역임한 이낙연의 탈당과 신당 창단 선언이 야권 분열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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