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에서도 ‘떴다방’ 식 위성정당이 난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회 절대다수 의석을 틀어쥔 민주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지난 21대 총선 당시 유권자들의 선택을 교란하고, 민주당 거수기 역할을 한 세력들의 무임승차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현재 이 제도에 편승하려는 무리로는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으로 구속 수감중인 송영길, 정권교체의 결정적 명분을 제공한 조국 등이 있다. 기본소득당·열린민주당·사회민주당 등 군소정당들이 참여하는 ‘개혁연합신당’은 아예 공개적으로 "수평적인 비례연합정당을 만들자"고 민주당에 제안했다. 정의당도 녹색당과 함께 가치중심선거연합정당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제도는 비례 의석을 지역구 의석과 연동해 배분하지만 중대한 허점이 있다. 지역구에서 유권자의 선택을 많이 받은 정당일수록 비례 의석을 적게 가져가는 것이다. 소수 정당을 우대한다는 발상이다. 그래서 민주당 같은 거대 정당은 지역구에만 후보를 내고, 비례대표 후보들은 문서상으론 별개인 위성 정당 소속으로 만들어 출마시킨 뒤, 선거 후에 흡수하는 것이 이득이다.

이 제도는 또 유권자들이 자신의 선택 결과를 미리 알 수 없다. 이 제도를 결정할 때 심상정 당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은 "(의석 배분) 산식(算式·계산법)은 여러분이 이해 못한다"고 했다. 계산식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유권자가 이해하지도 못하는 제도로 선거를 치르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

우리나라 정치에는 몇 가지 오해가 있다. 다당제가 선이고 비례대표가 정의롭다는 오해가 그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치의 대립 전선은 남북 분단구조가 대한민국 내부로 연장된 것이다. 이런 구조에서 다당제는 기회주의 세력에게 파이를 보장하고 정치적 의사 결정을 방해하기 쉽다. 그리고 비례대표는 유권자들의 선택과 무관한, 정당 내 거래의 결과일 수밖에 없다.

이 당 저 당 다 싫다는 중도층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위성 정당이나 비례대표는 이들의 선택을 왜곡할 뿐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 양당 제도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그 정당 내부에 민주적인 의사 결정 시스템이 없는 것이 문제다. 정치 개혁의 에너지를 정당의 내부 시스템 개혁에 쏟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