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고양이가 인간 특히 예쁜 공주가 되고 싶었다. 고양이는 소원을 들어달라고 신에게 호소한다. 신은 ‘겉모습만 바꾸어줄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아 고양이를 예쁜 공주님으로 변신시켜주었다. 화려한 무도회에서 숱한 남성의 구애 공세를 받던 공주님, 그런데 생쥐가 나타난다. 고양이는 자신이 품위 넘치고 아름다운 공주님이라는 사실을 잊고 표독스럽게 생쥐를 덮친다.

인간의 본성을 버리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일깨워주는 이솝 우화다.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당무에 복귀하면서 내뱉은 발언을 보면서 저 우화를 떠올리게 된다.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고 하지만, 동시에 말 한 마디로 어떤 인간이 평생 살아온 내력과 배경을 짐작할 수도 있다. 이재명의 이번 발언은 후자에 가깝다.

이재명이 당무에 복귀하면서 어떤 발언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진작부터 정치권의 관심이 쏠렸다. 그 발언이 총선에 임하는 민주당의 기본 메시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이재명의 발언은 "법으로도 죽여보고 펜으로도 죽여보고 그러고 안되니 칼로 죽여보려 하지만 결코 죽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자신이 불사신인 것처럼 떠벌리는 교만도 가소롭지만, 더 심각한 것은 법과 펜, 칼을 하나로 묶는 교활함이다. 자신을 향한 법과 펜, 칼이 동일한 주체에 의해 동원됐다는 의미다. 윤석열 정부가 검찰과 언론 그리고 이번 습격 사건의 배후에 있다는 파렴치한 선동이다. 명색이 제1야당 대표에 대선후보였던 정치인의 발언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천박하다.

정치는 말로 하는 전쟁이다. 이 전쟁은 대립하는 정치 세력 가운데 누가 더 옳은지 증명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정치의 언어는 품격과 핵심을 짚는 통찰이 있어야 한다. 당장은 날카롭고 거친 표현이 이기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이런 표현은 대중이 외면한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언어는 갈수록 퇴보하는 느낌이다.

이재명은 7개 사건에서 10개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 그밖에도 그의 생애를 둘러싸고 숱한 의혹과 소문이 있다. 그를 지켜봤던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젓고 외면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이재명의 발언은 그런 의혹과 소문들이 단순한 루머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고양이는 겉모습이 바뀌어도 고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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