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의 ‘남북 2국론’이 드디어 파장을 일으키는 것 같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김정은을 향해 "우리 북한의 김정일·김일성 주석의 노력이 폄훼·훼손되지 않도록 애써야 할 것"이라고 주장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민주당 대변인실은 아차 싶었는지 ‘우리’를 지우고 이 대표 발언을 게시했다.

‘우리 북한’은 이재명의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쉽게 말해 ‘우리는 북한정권과 한편’이라는 뜻 아니겠나. 이재명이 언급한 ‘우리 북한의 김정일·김일성 주석의 노력’이란 무엇일까? 이재명은 김일성의 대남 통일 노선, 즉 1970년대부터 북한이 내세운 이른바 ‘자주·평화·민족대단결’ 노선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김정일의 노력은 6·15 남북공동선언과 10·4선언 등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 거의 뻔해 보인다.

이재명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져온 속칭 ‘우리민족끼리’ 노선을 김정은이 노동당 8기 9차 전원회의와 지난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모두 파기해버린 것에 엄청 당황해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김정은은 남북관계를 민족(동족)관계가 아닌 ‘적대적 교전국 관계’로 규정했다. 남과 북은 ‘통일을 지향하는 잠정적 특수관계’(남북기본합의서)가 아니라 ‘별개의 국가’라는 뜻이다. 압축하면 ‘남북 2국’이다.

북한정권이 ‘남북 2국’을 주장하면 가장 황당해 할 집단은 누구일까. 남한 내 친·종북 정당과 시민단체, 그리고 친북 언론들이다. 이들은 내용이야 어찌됐든 명분상 ‘우리민족끼리’를 주장해왔다. 반미·반일·친북의 근거도 ‘우리민족끼리’에서 찾았다. 그런데 그토록 ‘믿어온 동지’ 북한정권이 갑자기 민족관계가 아닌 ‘남북 2국’이라니, 이 무슨 해괴망칙한 소리냐 싶을 것이다. 이재명의 ‘우리 북한 김정일·김일성 주석의 노력’이란 실언(?)도 김정은으로부터 받은 충격과 트라우마의 부산물이 아닌가 싶다. 일본의 조총련 내부도 최근 혼란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민주당은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민주당은 당 강령에서 헌법적 법통과 의회민주주의를 중시한다고 밝혀 놓았다. 따라서 이재명의 ‘우리 북한 김일성·김정일의 노력’은 민주당 강령에 분명히 위배된다. 이재명이 스스로 당 대표에서 사퇴하든가, 민주당 당원들이 이재명을 출당시켜야 마땅할 것이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