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둘러싼 눈치보기와 추태가 점입가경이다. 서대문갑 지역구를 엿보던 이수진(비례) 의원이 출마 선언을 했다가, 이 지역이 당의 전략공천 지역으로 지정되자 불출마 선언을 하더니, 다시 하루만에 지역을 바꿔 성남 중원 출마 선언을 했다. 불과 열흘 남짓한 기간 동안에 벌어진 일이다.

이번 이수진 사태는 선거 출마를 둘러싼 단순 해프닝이라고 볼 수 없다. 그보다 훨씬 복잡한 요소가 많다. 민주당을 친이재명 세력으로 물갈이하려는 힘이 작용하고 있는데다, 그런 흙탕물 흐름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민주당 정치인들의 치열한 생존 투쟁이 작용하고 있다. 한마디로 민주당의 속살을 백일하에 드러낸 사태라고 봐야 한다.

이번 해프닝의 출발점은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성희롱 파문이었다. 성남 중원 출마를 노리던 ‘친명’ 현근택이 지역 정치인과 그 수행비서에게 "너희 부부냐?" "같이 사냐?" 등의 성희롱 발언을 한 것이다. 이 발언으로 현근택의 공천 탈락 가능성이 커지자 입원 중이던 이재명은 측근 정성호에게 문자 메시지로 징계 수위를 낮추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이 메시지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현근택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해야 했다.

비명 의원 그룹인 ‘원칙과상식’ 소속으로 탈당이 기정사실화되던 윤영찬(성남 중원)은 현근택의 성희롱 파문이 터지자 갑자기 당에 남겠다고 선언했다. 반이재명 탈당 행보도 공천 가능성이 희박했기 때문이었고, 당에 남겠다는 변신도 공천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었다. 배신자라는 비난이나 무원칙 무소신이라는 비아냥도 공천 앞에서는 터럭 한 올만큼의 무게도 갖지 못했다.

자신의 사소한 정치적 이해 앞에서 이렇게 쉽사리 처신을 바꾸는 정치인들이, 어마어마한 무게를 갖는 국가적 의제 앞에서 선공후사(先公後私)할 거라고 믿는가. 그것은 고양이가 비린 생선 앞에서 초연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보다 더 허망한 일이다. 국가의 공적 의제를 다루는 정치인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은 비극이다. 그 핵심에 민주당이 있다.

민주당에는 기강도 윤리도 없다. 윤미향·최강욱·김남국·김의겸·조국 등이 유명하다. 이수진·윤영찬·현근택은 덤이다. 다른 민주당 정치인들도 다르지 않다고 봐야 한다. 문제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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