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오래도록 기다렸다. 인류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게 이토록 힘든 일인 줄 누가 알았겠나. 대한민국 정부가 23일(현지시간) 유엔 제네바사무소에서 열린 중국 대상 ‘보편적 인권 정례검토’(UPR)에서 처음으로 탈북민 보호를 권고했다. 정부 차원에서 중국 정부를 상대로 탈북민 인권문제를 직접 거론하고 국제공론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90년대 중반 북한 식량난 사태 후 약 30년 만이다.

UPR(Universal Periodic Review)은 유엔인권이사회가 4년 6개월마다 한 번씩 유엔 193개 회원국 전체를 대상으로 인권 상황을 상호 점검하고 개선책을 권고하는 제도다. 법적 구속력은 없다. 각 회원국이 4년 6개월마다 한번씩 받는 일종의 ‘인권 감사’다. 지난 23일이 중국이 UPR 대상국이 된 날이다.

이날 윤성덕 주제네바 한국대표부 대사는 "탈북민을 포함한 해외 출신 이탈자들에 대한 적절한 보호를 제공하길 권고한다"며 "중국은 강제송환 금지 원칙을 포함한 국제규범을 존중하고 1951년 국제사회가 채택한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을 이행하기 위한 노력으로 국내 난민법 제정을 검토할 것" 등을 권고 사항으로 제시했다.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에는 "난민은 박해를 받을 것이 명백한 지역으로 강제송환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중국은 난민협약 가입국이다. 하지만 중국은 탈북민을 난민(refugee)이 아닌 ‘불법 월경자’로 간주한다. 이날 윤 대사의 발언은 ‘중국이 탈북민을 난민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중국 국내 난민법 제정을 검토해줄 것’을 권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한국 정부의 권고사항은 분명하다. 중국이 국제인권규범을 제대로 준수할 것을 권고한 것이다. 동시에 중국·북한을 향해 국제규범에 맞춰 관련 국내법 등을 조정하라는 권고에 다름 아니다.

한국 정부의 이번 권고사항은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기조를 다시 한번 확인해줬다. 동시에 1990년대 중반 이후 탈북민 문제를 둘러싼 한·중간 이른바 ‘조용한 외교’에서 ‘인권규범 준수’라는 원칙을 중시한 상징적 의미도 있다. 중국·북한이 국제규범에 맞춰야지, 대한민국이 국제규범을 포기하고 중국에 끌려갈 수는 없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윤석열 정부의 중국 대상 UPR 권고를 크게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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