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불가능토큰(NFT)에 대한 장밋빛 전망에 힘입어 가상부동산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시장과열로 거품 우려가 커지고 있어 묻지마식 투자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게티이미지
대체불가능토큰(NFT)에 대한 장밋빛 전망에 힘입어 가상부동산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시장과열로 거품 우려가 커지고 있어 묻지마식 투자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게티이미지

디지털 공간에 서울 강남의 랜드마크인 타워팰리스를 똑같이 만들어 분양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 팔아먹는 소리냐고 반문한다면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MZ세대를 중심으로 3차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 속 가상부동산이 핫한 투자처로 각광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기업이 관련시장에 우후죽순 뛰어들면서 묻지마식 투자로 인한 거품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확천금을 노리다 쪽박을 찰 수 있다는 것이다.

17일 메타버스 데이터 제공업체인 메타메트릭 솔루션스에 따르면 지난해 샌드박스, 디센트럴랜드, 크립토복셀스, 솜니움 등 세계 4대 메타버스 플랫폼의 가상부동산 판매액이 5억1000만달러(약 6100억원)를 기록했다. 올해는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이미 1월 판매액이 8500만달러(약 1000억원)를 넘어섰다. 시장조사기관 브랜드에센스는 올해부터 2028년까지 세계 가상부동산 시장이 연평균 31% 고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성장동력은 대체불가능토큰(NFT)이 인생역전을 가져다줄 제2의 비트코인이라고 여기는 MZ세대의 전폭적 지지에 기반한다. 가상부동산이 바로 NFT 형태로 거래되기 때문이다.

NFT는 디지털 콘텐츠의 정품 인증서다. 가상화폐 위·변조 방지기술인 블록체인처럼 모든 거래 참여자의 컴퓨터에 NFT 소유자와 거래 내역 등 데이터를 복제·저장한 뒤 신규 거래시 대조함으로써 탈취와 위·변조를 원천 차단한다. 코인인 만큼 거래와 현금화, 차익 실현이 가능하다. 실제 샌드박스의 가상부동산 최소 판매 구획인 ‘1랜드’가 1만1000달러(약 1300만원), 디센트럴랜드의 1랜드는 1만4000달러(약 1700만원)를 호가하고 있다.

이는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불어닥친 NFT 광풍이 가상부동산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실제 도시나 실존 건물을 디지털화하는 것이 대세다. 강남과 서울 시내 아파트를 가상부동산으로 만들어 분양한 메타그라운드, 오픈메타시티가 대표적이다. 메타그라운드는 지난 10일 오픈 34시간 만에 전 물량을 완판했고, 오픈메타시티도 용산구와 동작구에 이어 동대문구의 성공적 분양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가상부동산 선두주자인 디비전 네트워크도 지난해 11월 메타버스에 구현한 서울과 맨해튼의 5885개 필지를 단 5분 만에 솔드아웃시켰고, 지난달 27일부터 런던과 도쿄 4600여 필지를 분양하고 있다. 게임업계의 관심도 높아 넷마블이 연내 가상부동산 투자·거래 게임인 ‘모두의 마블: 메타월드’를 론칭할 예정이다.

한국NFT콘텐츠협회 관계자는 "NFT와 맞물려 부동산 투자 열기가 현실에서 가상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비트코인 때처럼 빨리 뛰어들수록 큰 돈을 벌 것이라는 생각도 현 상황에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장밋빛 전망에 혹한 투자자들이 몰려 가상부동산 시장의 버블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최대 가상부동산 시장이 형성된 미국의 학계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다. 에드워드 카스트로노바 미국 인디애나대학 교수가 대표적 회의론자다.

그는 가상부동산을 전형적인 ‘피라미드 사기’라고 일축한다. 실제 토지와 달리 언제든 공간을 무한 확장할 수 있어 희소성 자체가 없다는 이유다.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 선점 효과도 누릴 수 없다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결국 가상부동산은 허상을 놓고 현물가치를 키워가다가 투자 열기가 식어 거품이 터지면 최종 소유자가 벼락거지가 되는 구조라는 게 카스트로노바 교수의 주장이다.

특히 많은 전문가들은 가상부동산이 제도권 밖에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검증되지 않은 업체가 분양에 성공한 뒤 사후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서비스를 중단하고 ‘먹튀’를 해도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자전거래를 통한 가격 뻥튀기 피해 우려도 크다. 자전거래는 이미 NFT 시장의 골칫덩이로 떠올랐는데, 블록체인 분석기업 체이널리시스는 최근 글로벌 NFT 거래소 룩스레어에서만 83억달러(약 10조원)의 자전거래가 이뤄졌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국NFT콘텐츠협회 관계자는 "가상화폐나 NFT, 가상부동산 모두 무분별한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며 "투자자 스스로 지속 가능한 생태계 조성과 가치 재생산이 가능한지 꼼꼼히 살펴보는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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