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노인 무임승차 제도 폐지를 주장한 것에 대해 진중권 광운대 교수가 "사회적 약자만 공격한다"고 비판하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문제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최근 김호일 대한노인회장과 토론하던 중 "(서울 지하철) 4호선 51개 지하철역 중 가장 무임승차 비율이 높은 역이 경마장역"이라고 주장하면서 확산됐다.

노인 무임승차 문제는 서울 지하철의 적자 누적과 관련해 전부터 논란이 되어 왔다. 서울 지하철 대부분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는 2017~2019년 해마다 5000억 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2020년 1조902억 원, 2021년 9385억 원의 손실을 냈다. 2021년 결산 기준 서울교통공사의 누적적자는 약 17조 원이다. 적자 규모만 보자면 대책이 필요한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하는 노인은 전체 이용객 10명 중 1명꼴(12~13%)이다. 비용으로 환산하면 2021년 2311억 원, 2020년 2161억 원, 2019년 3049억 원 수준이다. 서울연구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무임승차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올리면 연간 손실 비용의 25~34%를 보전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는 비용 못지않게 사회적 편익도 만들어내고 있다. 무임승차 제도가 노인들의 이동권을 보장한 덕에 의료비, 기초생활급여 예산, 극단적 선택, 우울증, 교통사고 등을 줄이는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서울연구원이 이를 2020년 기준으로 환산한 규모는 연간 약 3650억 원에 이른다. 노인 무임승차로 인한 적자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이 문제는 비용 측면에서만 따지기 어려운 점이 있다. 노인 세대는 건국과 산업화의 주역들이다. 젊은 시절 위로는 부모 세대를 봉양하고 아래로는 자식 세대를 양육하고 교육시키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세대다. 지금 노인 세대의 심각한 빈곤은 이런 희생의 결과다. 지하철 무임승차는 이런 분들에게 사회가 드리는 눈곱만큼의 혜택이다.

노인들이 경마장에 간다고 해서 도박을 할까? 해봐야 금액이 얼마나 될까. 그럴만한 돈이나 있을까. 일각에서 노인 연령을 높이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충분히 검토할 만한 방안이다. 다만 이 경우 정년 연령도 함께 상향시키는 것이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합리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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