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30일 또다시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을 여러 발 발사했다. 일주일 동안 3번째, 올들어 8번째 도발이다. 지난해 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이 "대사변 준비"를 언급한 직후부터 급증한 북한의 도발은 여러 가지 추측을 자아내고 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이 있음을 간과하면 안된다.

첫째, 전체주의 체제에서 독재자의 지시는 즉각 시행돼야 할 명령이다. 김정은이 남한을 더 이상 동족으로 간주하지 않고 한반도에 엄연한 적대관계의 두 국가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게다가 첨단 무기의 개발을 독촉하고 나선 마당에, 북한의 모든 과학자와 과학기술분야가 앞다퉈 실적을 만들어 내야만 하는 것이다.

둘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북한은 무기와 탄약이 담긴 1000개 이상의 컨테이너를 러시아에 보냈다. 그 보상으로 그동안 북한이 첨단무기 개발에서 넘지 못했던 노 하우를 전수받은 것이다. 그러나 양국의 거래에는 전통적으로 불신감이 존재한다.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는 러시아의 마음이 변하기 전 짧은 시간에 기술 이전을 완료할 필요가 있다. 그 초조함이 기술 실험을 위한 잦은 도발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셋째, 북한 젊은이들 속에 확산된 한류 분위기가 대단하다. 한류를 접한 어린 학생들에게 중형을 내려도 그 물결을 막을 수 없다. 이미 김정은과 당의 경고 수위를 넘어선 상태다. 내부 문제를 가라앉히기 위해 전쟁 분위기를 띄우는 것은 북한 정권이 통상적으로 사용해온 방법이다.

넷째, 먹히지 않는 대남 강경 메시지에 힘을 실어주는 차원의 무력 시위다. 큰 효과가 없다는 판단에도 무모하게 더욱 강수를 두고 있다.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구도를 형성, 4월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부수적 계산도 있다.

이러한 북한의 불꽃놀이는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다. 북한은 매년 12월에서 이듬해 3월까지 동계훈련을 실시한다. 특히 3월이 되면 지상·해상·항공·포병·미사일 등 전 병종을 대상으로 훈련 수준 점검과 같은 판정 검열이 진행된다. 당연히 그 시기가 되면 더욱 많은 도발이 감행될 것이다. 주민들 곳간은 텅텅 비었는데, 한 발에 수억에서 수십억 원까지 하는 값비싼 첨단무기를 언제까지 쏘아댈 수 있을지. 궁금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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