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에선 돈봉투를 돌린 현역 국회의원과 실무자가 실형을 선고받았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일반 국민의 소득을 훨씬 뛰어넘는 세비가 국회의원 전원에게 지급됐다. 정치판은 특권을 노리는 전·현직 의원들과 신인들의 경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영광과 추락, 천국과 지옥이 만수산 드렁칡처럼 얽혀 돌아가는 그로테스크한 모습이 한국 정치판의 현주소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무소속 윤관석 의원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2부가 윤관석의 정당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한 것이다. 함께 기소된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에겐 총 1년 8개월의 징역형과 벌금 600만 원, 추징금 300만 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윤관석과 강래구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며 "국민들의 정당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는 점에서 피고인들의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판단했다. 윤관석은 2021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영길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민주당 현역 의원들에게 제공할 목적으로 경선캠프 관계자들로부터 6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수감됐다.

윤관석 등은 재판 과정에서 ‘당대표 경선을 위한 선거캠프 내에서 활동가들에게 여러 금품 지급 관행이 있어 정당법이나 정치자금법 준수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그런 관행이 실정법 위반을 정당화하거나 죄책 감경 사유가 될 수는 없다. 피고인들은 국회 절대다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 소속 아니었나. 필요하다면 왜 동료 의원들을 설득해 관련 법을 개정하지 않았을까.

문제는 국회의원들이 누리는 비정상적인 특권이다. 돈봉투 사건으로 구속된 국회의원들도 특별활동비를 제외하고는 명절 상여금까지 받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금고형 이상 확정 시 재판 기간 중의 세비 반납" 등 개혁 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국회의원들이 과연 스스로 이를 법제화할까. 그간의 행적으로 봐서 선뜻 믿음이 가지 않는다.

정치학자 데이빗 이스턴은 정치를 ‘사회적 자원의 권위적 배분’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정치는 사회적 자원을 국회의원 위주로 배분한다. 이런 현실을 뜯어고치지 못하면 한국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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