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29일 인부들이 이집트 멘카우레 피라미드의 복원에 쓰일 화강암을 크레인으로 들어 올리고 있다. 피라미드 하단부에는 이미 화강암 블록을 둘러싼 모습이 보인다. /AFP=연합
지난해 1월 29일 인부들이 이집트 멘카우레 피라미드의 복원에 쓰일 화강암을 크레인으로 들어 올리고 있다. 피라미드 하단부에는 이미 화강암 블록을 둘러싼 모습이 보인다. /AFP=연합

국내총생산의 10%를 관광산업에서 창출하고 있는 이집트가 최대 문화관광자원인 기자 피라미드의 복원과 관련해 철저한 고고학적·역사적 고찰 없이 막무가내식 복원을 진행하고 있다며 전문가와 시민들로부터 조롱에 가까운 비난을 받고 있다.

이번 논란은 모스타파 와지리 국가유물최고위원회 사무총장이 지난달 2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영상과 함께 공사계획을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현재 이집트는 수도 카이로 인근 기자 지역의 ‘3대 피라미드’ 중 가장 작은 멘카우레 피라미드의 복원 공사를 추진하고 있다. 피라미드가 건설될 당시에는 외벽을 화강암으로 둘러쌌는데 침식과 파손 등 여러 이유로 화강암 ‘덮개’가 떨어져 나가면서 복원을 통해 사라진 화강암층을 재구성해 원래 모습으로 되돌리려는 것이다.

영상에서 와지리 사무총장은 이를 ‘세기의 프로젝트’라며 치켜세우고 이집트와 일본의 전문가 연합팀이 1년간의 연구를 거쳐 피라미드의 3분의 1을 덮고 있던 화강암 벽돌을 복원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설명과 달리 영상 속에는 작업자들이 멘카우레 피라미드의 제일 아랫부분 외벽에 화강암 벽돌을 설치하는 모습이 보였고, 기존의 석회암 피라미드와 다른 이질적인 모습에 곧바로 여론이 들끓었다.

온라인에는 "피사의 사탑을 똑바로 세우는 계획은 언제 진행되느냐", "차라리 피라미드에 벽지를 붙이는 것은 어떠냐"와 같은 조롱성 반응이 퍼졌고 전문가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지난해 1월 29일 인부들이 이집트 멘카우레 피라미드의 복원에 쓰일 화강암을 크레인으로 들어 올리고 있다. 피라미드 하단부에는 이미 화강암 블록을 둘러싼 모습이 보인다. /AFP=연합
지난해 1월 29일 인부들이 이집트 멘카우레 피라미드의 복원에 쓰일 화강암을 크레인으로 들어 올리고 있다. 피라미드 하단부에는 이미 화강암 블록을 둘러싼 모습이 보인다. /AFP=연합

특히 이집트의 고고학자 모니카 한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명을 발표하고 현 복원 방식의 부적절함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그녀는 피라미드 주변의 화강암 블록을 복원에 사용하는 것과 관련해 고고학적 근거가 부족함을 지적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화강암을 깎아 블록으로 만들어 사용했지만 피라미드 옆에서 발견되는 화강암 블록은 깎기 전의 울퉁불퉁한 상태라 피라미드에서 떨어진 것이 아닌 애당초 미완성된 블록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나 박사는 "해당 블록이 피라미드에서 떨어진 것이라는 역사적·고고학적 증거는 없다"면서 "자칫 피라미드의 완전성과 진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피라미드의 손상도 문제로 꼽았다. 화강암 블록이 사라진 피라미드의 석회암 외벽은 오랜시간 풍화현상 등으로 손상됐고 화학적 균질성을 잃으면서 물성이 약해졌는데, 현 상태에서 무거운 화강암 블록을 견뎌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과학적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고고학적 유물의 보존과 복원을 위한 베니스헌장에 저촉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이집트 국가유물최고위원회가 추진하는 인위적 개입은 베니스헌장에 의해 금지돼 있다는 것이다. 한나 박사는 "헌장에 따라 고고학 유물의 복원은 미학적,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하며, 추측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멈춰야 한다"고 피력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향후 이집트 당국의 고대 유물 발굴·복원 정책에 투명성을 높여줄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월 29일 인부들이 이집트 멘카우레 피라미드의 복원에 쓰일 화강암을 크레인으로 들어 올리고 있다. 피라미드 하단부에는 이미 화강암 블록을 둘러싼 모습이 보인다. /AFP=연합
지난해 1월 29일 인부들이 이집트 멘카우레 피라미드의 복원에 쓰일 화강암을 크레인으로 들어 올리고 있다. 피라미드 하단부에는 이미 화강암 블록을 둘러싼 모습이 보인다. /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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