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보낸 설 명절 선물에 십자가 등이 포함된 그림이 동봉돼 불교계 일각에서 반발이 일었다. 설날을 맞아 대통령실이 제복 영웅·유가족, 사회적 배려계층, 종교계, 각계 원로 등에 보낸 명절 선물에 국립소록도병원 한센인 환자들의 그림 작품이 동봉된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이 그림에 십자가와 성당, 묵주 등이 담기고,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로 시작되는 한센인 환자의 기도문도 동봉되자 불교계가 종교 편향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이에 대통령실은 "특정 종교를 옹호하거나 배척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하고,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과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이 조계종을 직접 찾아 사과했다. 김인권 한센복지협회 회장도 "소외된 한센인들 삶을 대통령 명절 선물을 통해 관심을 가져준 건 처음인데, 본의 아니게 다른 논란으로 번진 것 같다"고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은 특정 종교가 아닌,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아우르는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논란은 아쉬운 점이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업무를 자기 집안일처럼 챙겼다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업무의 주인이 아닌 구경꾼으로 처신했기에 생긴 일이라고 본다. 자신들이 대통령의 분신이라는 의식으로 무장해주기를 새삼 당부한다.

불교계에도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 이번 불교계의 반발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어떤 결과가 될까? 소록도 한센병 환자들의 사연은 앞으로 영원히 대통령실이 보내는 선물 등에는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결론이 된다. 이게 옳은 일일까? 소록도 한센병 환자들은 앞으로도 계속 우리 사회의 그늘에 남아 있어야 한다는 얘기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설마 조계종 등 불교계의 진심이 그런 것이라고는 믿고 싶지 않다.

국립소록도병원은 한센병 환자들을 수용해 치료하고 보살피는 대표적인 복지기관이다. 이 시설은 설립 초기부터 현재까지 기독교 선교사와 가톨릭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한센병 환자들의 미술 작품에 십자가 등이 표현된 것은 그런 사정이 자연스럽게 반영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한센병 환자들의 그런 심리마저 정치적인 고려를 위해 억제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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