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10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의 비례대표 배분 방식을 두고 또 말을 바꿨다. 현행 준연동형을 유지한다고 한 것이다. 이재명은 5일 오전 광주 5·18묘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 회귀가 아니라 준연동제 안에서 승리의 길을 찾겠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총선은 좌파 룸펜들이 요행을 노리고 날뛰는 투기판이 될 전망이다.

이재명은 지난 대선 때 연동형제 유지와 위성정당 방지를 공약했다. 이 약속을 지키면 친야 군소 정당 의석이 늘어나는 만큼 민주당 의석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런 불안 때문에 위성정당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이재명이 약속을 어긴 것이 한두 번도 아니기 때문에 거론하는 것도 새삼스럽지만, 이번에도 이재명은 제 버릇을 버리지 못했다.

가관인 것은 이재명이 약속 위반 책임을 국민의힘에 떠넘기고 있다는 점이다. 이재명은 "위성정당금지법을 거부한 여당은 이미 위성정당을 창당하며 총선 승리를 탈취하려 한다"며 "통합형비례정당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애초에 국민의힘 위성정당은 민주당의 현행 제도 유지에 대응한 비상대책이다. 사사건건 다수 의석을 무기로 국정을 방해하던 민주당이 국민의힘 핑계를 대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민주당은 비례대표 배분 방식에 대해 준연동형 유지와 병립형 회귀를 두고 전(全)당원 투표를 검토했으나 결국 모든 결정을 이재명에게 위임했다. 민주당은 이재명 한 사람의 뜻이 당원 전체의 결정보다 앞서는 정당이라는 것을 선언한 셈이다. 전세계에 이런 정당이 또 있을까? 일당독재이던 사회주의 국가 정당들도 최소한 민주집중제의 형식은 지켰다.

이재명도 쑥스러웠던지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으로, 이상을 추구하되 현실을 인정하겠다"고 변명했다. 저 표현은 김대중이 즐겨 사용하던, 정치적 변신과 꼼수를 정당화하던 무기였다. 김대중의 발언을 빌려올 만큼 명분이 달린다는 사실을 이재명 스스로 고백한 것이다.

이번 이재명의 결정에는 문재인 뜻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은 전날 이재명을 만나 "제3의 세력들까지 모아 상생의 정치로 나아갈" 것을 주문했다. 이재명과 문재인 자신의 이름을 합쳐 ‘명문 정당’이라는 말도 했다. 자신도 민주당의 주인이라는 얘기였을 것이다. 이 나라 정치는 어디까지 망가질 것인가.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