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 사령탑' 장호진 실장, 비공개로 러 외무차관 만나

신임 국가안보실장으로 임명된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이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인사브리핑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

한러 갈등 속에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주말 비공개 방한한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아시아·태평양 담당 외무부 차관을 비공식 접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6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장 실장은 지난 3일 서울 시내 모처에서 루덴코 차관을 만났다.

앞서 외교부는 루덴코 차관이 지난 2일 김홍균 1차관과 정병원 차관보, 김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잇달아 만났다고 공개한 바 있다.

3일은 윤석열 대통령 발언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의 논평에 우리 당국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설전이 벌어진 시점이다.

양국의 설전은 지난달 31일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 정권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핵 선제 사용을 법제화한 비이성적인 집단"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이 "노골적으로 편향된 혐오스러운 궤변"이라고 비난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외교부는 3일 자하로바 대변인 발언과 관련해 "수준 이하로 무례하고 무지하고 혐오 스러운 궤변"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루덴코 차관의 장 실장 예방이 성사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소통과 관계 정리에 대한 양국의 공동 의지가 관철된 것으로 분석했다.

안보실장이 비공식 이기는 하나, 자신보다 급이 낮은 차관보급 인사 접견에 응한 점도 이런 분석에 힘이 실린다.

루덴코 차관은 장 실장이 윤석열 정부 초대 주러시아대사를 지낼 당시 루덴코 차관과 잘알고 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 실장은 지난해 6월 외교부 1차관으로 이동한 직후 러시아를 방문했을 당시에도 루덴코 차관을 만난 바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장 실장의 루덴코 차관 면담 사실을 확인하면서 "당시에도 이(자하로바 대변인 발언)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안다"며 "러시아 측의 구체적 반응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만남에서는 최근 러북 동향과 관련해 깊이 있는 의견 교환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러북 군사협력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현안에 대해서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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