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연화’ 특별전, 경복궁 복원 30년사 조망

11월 30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고궁연화古宮年華, 경복궁 발굴·복원 30주년 기념 특별전'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들이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
11월 30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고궁연화古宮年華, 경복궁 발굴·복원 30주년 기념 특별전'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들이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

국립고궁박물관은 경복궁 발굴·복원 30주년을 맞아 출토 유물과 설계도면 등 자료 130여 건으로 그간의 역사를 돌아보는 특별전 ‘고궁연화(古宮年華)’를 열었다.어제 시작된 특별전은 내년 2월 27일까지 계속된다. ‘가장 아름다운 절정기’를 뜻하는 ‘연화’는 ‘봄’에 비유되는 고전 어휘다. 복원 완성 시점을 상징한다.

동서고금, 궁전이란 그 왕조의 권위를 상징한다. 조선왕조의 주궁이던 경복궁은 오랜 세월 불타고 망가진 채 폐허 상태였다. 1860년 흥선대원군이 중건을 추진해 피폐한 재정과 백성에게 부담만 주는 결과를 낳았다. 한일합병 이후 일제가 옮겨다 놓거나 손을 댄 부분이 있지만, 일본정부도 경복궁을 복원할 여유가 없어 방치했다고 보는 게 사실에 가깝다. 고종 시절 재건 당시, 500여 동이던 건물은 근정전·경회루·향원정 등 36동만 남아 있었다. 재정적 여력이 없기는 해방 후 한국정부도 마찬가지였다.

경복궁 복원은 1991년 시작된다. 88올림픽 이후 국가적 국민적 자긍심과 자신감이 생긴 시점이다. 근정전 뒤쪽에 왕과 왕비 침전(寢殿·침실)인 강녕전과 교태전을 짓고, 광화문을 제 위치로 돌려놓았다. 최근 보수가 끝난 향원정 북쪽에는 고종과 명성황후 거처였던 건청궁이 다시 세워졌다. 현재진행형인 경복궁 복원은 2045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11월 30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고궁연화古宮年華, 경복궁 발굴·복원 30주년 기념 특별전'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들이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
11월 30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고궁연화古宮年華, 경복궁 발굴·복원 30주년 기념 특별전'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들이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

전시는 경복궁의 과거·현재·미래를 총체적으로 보여준다. 경복궁이 겪은 근현대사의 우여곡절을 기억하며, 2045년 복원 공사가 끝나고 새롭게 태어날 모습을 상상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사계절을 테마로 경복궁이 복원되는 과정을 겨울-가을-여름-봄 사계절의 흐름에 얹어 소개하는 형태다. 도입부를 제외한 1∼4부의 부제는 ‘바람이 문에를 처도’, ‘진흙속에 묻혀눕은’, ‘오백년 거륵한 공’, ‘봄어름 처음녹고’로 돼 있다. 1927년 잡지 <동광>에 ‘시목(詩牧)이란 필명으로 실린 ‘고궁단영(古宮短詠, 고궁을 노래하는 짧은 시)’에서 따왔다.‘

도입 지점엔 건축물의 기초 부분인 적심(積心)이 주제다. 작가 박진우가 흙과 돌을 활용해 적심을 표현한 다양한 미술작품이 가지런히 배치돼 있다.본 전시장에 들어서면 스크린을 통해 일본식 정원의 겨울 풍경이 보인다. 흥복전 자리에 있던 정원이다. 흥복전은 2019년 단청을 제외한 복원공사가 끝났다.주변에는 망국의 비애를 노래한 조지훈의 시 ‘봉황수’를 비롯해 여러 문학작품과 일제시대 경복궁 모습이 담긴 자료가 전시돼 있다.

복궁 발굴조사 성과는 결실의 계절인 가을과 연결시켰다. 경복궁에서 발굴된 기와·도자기 파편· 철제 생활용품 등은 물론 발굴 일기, 조사 과정에서 찍은 슬라이드 필름과 유물 조사 카드 등을 볼 수 있다. 여름에 해당하는 공간에는 높이4m·폭 15m 대형 미디어월 두 개가 설치돼 있다. 한쪽에는 라인 그래픽(줄선으로 형상을 그려내는 것)기법의 복원 도면을 살필 수 있고, 반대편을 보면 경복궁 침전 권역의 여름밤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도면은 옛 지도와 문헌, 실측 도면 등을 종합해 만들어졌다.

전시 마지막 공간의 삼면 스크린에는 눈 쌓인 경복궁 모습과 그 위에 꽃잎이 흩날리는 모습까지 계절별 영상이 흐른다. 봄은 20여 년 뒤 경복궁 복원사업의 종료 시점을 상징한다. 장인들이 복원공사에 사용한 공구, 근정전·향원정을 보수할 때 교체된 부분도 스크린 맞은 편에 전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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