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극심한 공천 갈등에 휩싸였다. 이른바 ‘윤석열 정권 탄생 책임론’으로 친명과 친문 사이에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우리 사이의 빈틈을 파고드는 이간계를 경계한다"며 갈등 봉합에 나섰지만, 효과를 볼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한정된 공천 자리를 두고 어차피 한 쪽은 패배자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책임론을 쏘아올린 당사자가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이라는 사실만 봐도 논란의 배후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 임혁백의 발언은 이재명의 뜻이라고 봐야 한다. 정권교체의 친문 책임론은 대선후보였던 이재명이 책임을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다. 친문에게 책임을 덮어씌우지 못하면 책임은 이재명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고, 그것은 이재명의 당 장악과 방탄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책임론의 직접 타겟이 된 임종석 전 문재인 비서실장은 이재명과 문재인의 양산 회동을 강조하며 "여기서 더 가면 친명이든 친문이든 당원과 국민들께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공천 불이익을 고분고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고민정과 윤건영 등 문재인의 ‘수족’들도 반발에 동참하고 있다. 이 갈등이 민주당의 총선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갈등은 본질적으로 민주당의 총선 전망이 어두워지는 데서 기인한다. 올해 초까지 민주당의 일방적인 승리가 점쳐졌던 총선 구도에 최근 들어 다른 시그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몇몇 여론조사 결과도 그렇고, ‘국민의힘 과반 획득’을 자신있게 전망하는 선거 전문가도 나타나고 있다. 나눠먹을 것이 부족해지면 갈등은 극단화한다.

최근 민주당의 한 관계자가 "임종석 전 실장은 86프레임 등 마이너스 요소가 더 부각된다"고 한 것만 봐도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국민의힘이 작심하고 내놓은 ‘운동권 청산론’이 국민에게 상당한 호소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사실을 민주당이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대선 패배의 책임은 민주당 자체에 있다. 친문·친명 구분하는 게 의미가 없다. 이들에게 정권을 한 번 더 맡기면 대한민국이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판단을 국민이 내린 결과일 뿐이다. 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 총선도 이들에 대한 심판이어야 한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