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의 존재감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제시한 ‘4대 방산 강국’ 목표가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동 지역 방위산업 전시회인 ‘WDS 2024’에 천궁-Ⅱ 모형이 전시돼 있다. /LIG넥스원
K-방산의 존재감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제시한 ‘4대 방산 강국’ 목표가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동 지역 방위산업 전시회인 ‘WDS 2024’에 천궁-Ⅱ 모형이 전시돼 있다. /LIG넥스원

연초부터 K-방산을 향한 세계 각국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럽과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산하면서 관련국들이 미사일, 자주포, 전차 등 한국산 무기체계 주문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해 상반기에는 루마니아, 이집트, 폴란드 등의 대규모 무기체계 도입 사업이 예정돼 있다. K-방산의 존재감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제시한 ‘4대 방산 강국’ 목표가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2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방산 수출액은 140억 달러(약 18조6000억원)로 2년 연속 글로벌 시장 9위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2년 실적인 173억 달러보다 소폭 줄어든 규모지만 질적 성과는 어느 때보다 뚜렷하다. 특히 수출 대상국이 지난 2022년 폴란드 등 4개국에서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 핀란드, 노르웨이 등 12개국으로 3배 늘어난 데 더해 무기체계 종류도 6개에서 12개로 다양해진 것이 고무적이다.

스웨덴의 싱크탱크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자료를 보면 글로벌 방산 수출시장은 미국(40%), 러시아(16%), 프랑스(11%)가 독보적인 3강을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2.4%)와 4∼8위 간 점유율 격차는 최대 3% 안팎으로 크지 않다. 구체적으로 보면 중국(5.2%), 독일(4.2%), 이탈리아(38%), 영국(3.2%), 스페인(2.6%) 순이다.

한국산 무기체계의 인기가 어느 때보다 뜨거운 것은 실전 운용에 있어 미국, 독일 등 전통 방산 강국의 무기체계와 견줘 밀리지 않는 강력한 성능과 수준급 가성비, 그리고 신속 정확한 납품 기일 맞춤 등 ‘3박자’를 고루 갖췄기 때문이다. 이달 초 국방부는 국내 방산기업 LIG넥스원과 사우디아라비아 국방부가 지난해 11월 천궁-Ⅱ(M-SAM2) 10개 포대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금액은 32억 달러(약 4조2500억원)다. 이는 LIG넥스원의 지난 2022년 매출인 2조2207억원 대비 약 191%에 달하는 규모다.

천궁-Ⅱ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한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이다.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의 핵심 전력으로 LIG넥스원이 제작을 맡았다. 천궁-Ⅱ에는 탄도탄 요격을 위한 교전통제 기술, 다기능 레이더의 추적기술, 다(多)표적 동시 교전을 위한 정밀 탐색기 등의 첨단 기술이 적용됐다. 지난 2012년 개발을 시작해 2017년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아 2018년부터 본격 양산이 시작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자주포 K-9를 앞세워 올해 역시 조(兆) 단위의 수주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사진은 육군 2포병여단이 강원도 화천에서 K-9 자주포 사격훈련을 실시하는 모습. /연합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역시 조(兆) 단위 수주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수출 효자’로 꼽히는 자주포 K-9의 엔진 국산화에 성공하며 이 같은 기대를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K-9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자주포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자주포의 심장인 엔진에 독일 MTU의 모델이 탑재된 탓에 수출을 위해서는 매번 독일 정부로부터 승인을 얻어야 하는 치명적인 제약이 발생했다.

실제 엔진의 산지 문제로 K-9의 수출길이 막힌 사례도 왕왕 존재했다. 지난 2020년 독일의 대(對)중동 무기 금수 조치로 UAE와의 K-9 자주포 수출 협상이 계약 성사 직전 무산된 게 대표적이다. 또한 일부 국제 방산 전시회에 K-9 실물을 전시하지 못해 세일즈 활동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현재 K-9 자주포에는 우리나라의 STX엔진이 개발한 1000마력급 디젤 엔진이 탑재되고 있다. K-9에 국산 심장을 장착한 덕분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세계방산전시회(WDS)에 참석해 무리 없이 수출 상담을 진행할 수 있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올해 아프리카·유럽·중동 국가를 중심으로 수주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KAI는 현재 이집트와 경공격기 FA-50 수출과 관련해 구체적인 물량을 조율 중에 있다. 이와 함께 미국과 슬로바키아의 훈련기 교체 사업 참여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KAI는 FA-50 폴란드 수출을 앞세워 지난해 3조8000억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매출을 올린 바 있다.

현대로템은 올해 유럽을 대상으로 수주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22년 폴란드와 기본계약 당시 체결한 K-2 전차 1000대 가운데 잔여분인 820대 수출 계약 체결을 위해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다. 또한 루마니아와 리투아니아 등 다른 유럽 국가도 연내 군 현대화 사업을 개시할 예정인 만큼 수주 활동에 박차를 가해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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