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년 발사 예정인 ‘레이저 간섭계 우주 안테나(LISA·리사)’는 중력파를 이용해 블랙홀, 중성자별, 초신성과 같은 거대 우주 천체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친다. 3대의 우주 안테나가 삼각형의 꼭지점 위치에서 서로 레이저를 주고 받으며 중력파를 검출하는데 레이저 한변의 길이가 지구-달 거리의 6배가 넘는 250만㎞에 달한다./ESA

지금껏 우리는 우주의 관측을 가시광선, 적외선, 엑스선, 전파, 마이크로파 등 전자기 방사선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해왔다. 빛, 즉 시각적 탐사 도구로만 우주를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2030년대에 이르면 우주를 들을 수 있는 귀가 생긴다. 초정밀 레이저를 이용해 중력파를 탐지하는 우주 안테나가 그것이다. 이 안테나가 본격 가동되면 인류의 우주 탐사 능력은 무성영화 시대에서 유성영화 시대로 퀀텀점프할 수 있다.

유럽우주국(ESA) 과학프로그램위원회는 최근 우주에서 중력파를 탐지하고 연구하는 ‘레이저 간섭계 우주 안테나(LISA·리사)’를 정식 임무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에 따라 ESA는 업체 선정을 거쳐 2025년 1월부터 안테나의 제작에 돌입한다는 목표다.

리사의 수석 과학자인 노라 뤼첸도르프 박사는 "우주에서 중력파를 검출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으로, 매우 흥분되는 순간"이라며 "2035년 3대의 우주 안테나로 구성된 리사를 아리안6 로켓을 통해 발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력파는 우주공간에서 블랙홀과 같은 거대한 질량을 가진 물체가 이동하거나 다른 거대질량의 물체와 상호작용할 때 발생하는 파동으로, 주변의 시공간까지 일그러뜨리면서 광속으로 퍼져나간다. 이런 중력파의 존재는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처음 제기했는데, 무려 100년만인 2015년 9월 지구로부터 13억 광년 떨어진 ‘GW 150914’에서 두 블랙홀의 충돌에 의해 처음 관측되며 진실로 확인됐다.

이후 지금까지 미국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IGO·라이고)’를 통해서만 블랙홀과 블랙홀, 중성자별과 중성자별, 블랙홀과 중성자별의 병합에서 생성된 중력파가 총 90차례 탐지돼 비교적 흔한 우주현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2035년 발사 예정인 ‘레이저 간섭계 우주 안테나(LISA·리사)’는 중력파를 이용해 블랙홀, 중성자별, 초신성과 같은 거대 우주 천체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친다. 3대의 우주 안테나가 삼각형의 꼭지점 위치에서 서로 레이저를 주고 받으며 중력파를 검출하는데 레이저 한변의 길이가 지구-달 거리의 6배가 넘는 250만㎞에 달한다. /Astrium
2035년 발사 예정인 ‘레이저 간섭계 우주 안테나(LISA·리사)’는 중력파를 이용해 블랙홀, 중성자별, 초신성과 같은 거대 우주 천체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친다. 3대의 우주 안테나가 삼각형의 꼭지점 위치에서 서로 레이저를 주고 받으며 중력파를 검출하는데 레이저 한변의 길이가 지구-달 거리의 6배가 넘는 250만㎞에 달한다. /Astrium

천체물리학자들이 우주관측 도구로서 중력파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기존의 전자기 방사선 탐사로를 알 수 없었던 진실에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리사 미션에 참여 중인 ESA 올리버 젠리히 박사는 "중력파에는 블랙홀, 중성자별, 초신성과 같은 우주 괴물들의 질량과 특성에 관한 정보가 포함돼 있다"며 "이를 연구하면 이들의 기원과 숫자, 은하의 진화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등에 대한 통찰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력파는 빛이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밀도가 높고, 뜨거웠던 빅뱅 순간의 모습을 알려줄 열쇠로도 불린다. 당시 방출된 광자(빛)는 이미 오래전 고온의 이온 플라즈마에 흡수돼 버렸지만 중력파는 우주 물질에 거의 간섭을 받지 않고 지구까지 이동할 수 있어서다.

리사가 갖는 가치는 이뿐만이 아니다. 레이저 기반 중력파 검출기는 멀리 떨어진 복수의 관측소들이 서로 레이저를 주고받으면서 중력파에 의한 레이저의 미세한 간섭을 포착하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는데 레이저의 길이가 길수록 민감도가 높아져 저주파의 감지가 가능하다. 하지만 지상관측설비는 설비의 길이를 무한정 늘일 수 없어 감지 범위가 10~1000㎐의 고주파로 제한된다. 저주파 영역에서 관측할 수 있는 중력파가 고주파 영역보다 훨씬 많다는 점에서 이는 중력파 연구의 한계로 지적됐다.

반면 우주공간은 물리적 거리에 사실상 제한이 없다. 우주 안테나 3대를 삼각 배치해 레이저를 주고받을 예정인 리사의 경우 각 변의 길이가 무려 250만㎞에 달한다. 4㎞인 라이고의 62만5000배, 지구-달 거리의 6배가 넘는다. 덕분에 리사의 감지 범위는 0.1~1㎐로, 헬륨 원자 직경보다 작은 수십억분의 1㎜ 수준의 레이저 질량 변화까지 추적할 수 있다. 라이고가 찾지 못했던 많은 초거대 천체의 실체가 리사에 의해 드러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젠리히 박사는 "리사는 태양을 공전하는 지구를 따라 일정거리를 유지하면서 중력파를 검출하게 된다"며 "이제껏 우리가 매우 좁은 범위의 시공간 소리만 들을 수 있었다면 리사를 통해 우주의 소리를 오케스트라처럼 입체적으로 들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사(LISA)는 태양을 공전하는 지구와 일정거리를 유지한 채 저주파(0.1~1㎐) 영역의 중력파를 검출하게 된다. 중력파는 우주 물질에 의해 거의 간섭받지 않기 때문에 운이 좋으면 빅뱅 직후 수초 뒤의 우주 모습을 알아낼 수도 있다. /ESA
리사(LISA)는 태양을 공전하는 지구와 일정거리를 유지한 채 저주파(0.1~1㎐) 영역의 중력파를 검출하게 된다. 중력파는 우주 물질에 의해 거의 간섭받지 않기 때문에 운이 좋으면 빅뱅 직후 수초 뒤의 우주 모습을 알아낼 수도 있다. /E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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