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덕
박상덕

지난 2월 2일 ‘공익신고자 지원재단’ 설립 준비위원회가 출범했다. 준비위원으로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에 대한 부패행위 공익신고자,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노조 지부 위원장 강창호와 법조인 및 시민단체가 참여했다.

이렇게 공익신고자를 지원하는 재단까지 필요하게 된 이유는 현행 국가 시스템으로는 공익신고자가 보호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으로 가려면 모든 국민의 인권이 완벽하게 보호되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더구나 공익신고자의 인권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불상사가 발생한 경위를 추적해 본다. 2018년 4월 2일 문 전 대통령이 청와대 내부 시스템에 ‘월성1호기의 영구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인가요’라는 댓글을 달면서 시작됐다. 같은 날 채희봉 전 비서관은 ‘대통령 하문을 산업부에 전달하라’고 지시했고, 결국 월성1호기 폐쇄를 위해 궁여지책으로 경제성 평가 조작이 이루어졌다.

20년 1월 18일 강창호는 한수원 감사실에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으로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당사자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이어서 시민 2500명을 모집, 그 대표로 20년 1월 20일 당시 한수원 사장 정재훈 등 11명을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관련 업무상 배임죄의 공범으로 검찰에 공익 고발했다.

그러자 한수원은 한수원과 정재훈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2월 28일 강창호의 직위를 해제했다. 이에 강창호는 20년 5월 4일 국민권익위원회에 ‘월성1호기 조기 폐쇄 부패행위 신고 관련 신분 등 보장조치’를 신청했다. 신청은 받아들여졌지만 한수원은 직위해제를 풀어주지 않았다.

이듬해 21년 1월 25일 국민권익위원회는 정재훈에게 직위해제 사유가 없음에도 직위해제가 유지되고 있다고 판단, 직위해제를 취소하고 그동안 차별 지급된 보수를 지급하라고 통지했다. 그런데 한수원은 21년 5월 25일 서울행정법원에 권익위 결정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질렀다. 당연히 서울행정법원은 강창호의 손을 들어줬다. 한수원은 고등법원에 항소했으나 기각 결정으로 공익신고자 직위해제를 풀어주게 됐다.

그러나 한수원은 순리대로 일을 처리하지 않고 강창호가 무단으로 사무실을 출입했으며 개인 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고 다시 고발했다. 이로 인해 공익신고자는 지금까지 고통받고 있다.

그러는 동안 탈원전 정부에서 친원전 정부로 바뀌었다. 당연히 한수원 사장도 윤석열 정부에서 새로 임명했다. 친원전 정부가 들어서고 한수원 사장이 바뀌었기에 이런 불합리한 문제가 단숨에 해결되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그런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사실 현 정부 하에서 과거 탈원전 부역자들이 정리되지 않고 오히려 승승장구하고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내려보낸 정재훈은 취임하는 그날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해 탈원전으로 가는 길을 탄탄하게 다진 바 있다. 윤 정부에서 임명한 사장도 친원전으로 가는 길을 더 탄탄하게 준비했어야 마땅했다. 감사원이나 국정원의 청소 작업을 볼 때, 문 정권 아래서 가장 어려움을 겪었던 원전 분야도 당연히 탈원전 부역자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지 않은가?

원자력산업의 큰 방향은 잘 잡혀있다. 그러나 그 아래 세부적인 내용들은 과연 이 정부가 공약을 실천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전 정권이 중지시켜 놓은 신한울 3, 4호기만 반영했고 신규 원전을 반영하지 않았다.

만약에 다시 탈원전 정부가 들어서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탈원전 사장이 한수원에 올 것이고, 그에게 충성하는 자들이 부끄러움도 없이 탈원전 부역에 나설 것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탈원전 부역자를 처벌하고 친원전 활동가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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