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단체가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하면서 ‘총파업’ 등 집단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의료계 집단행동의 파급력을 키우는 역할을 했던 주요 상급종합병원 전공의들도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보이는 가운데, 정부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020년 의대 증원을 추진했을 당시에도 전공의들이 의협이 주도하는 집단 휴진에 대거 동참하면서 의료현장에 혼란이 빚어졌다. 전체 전공의의 80% 이상이 집단 휴진에 참여하면서 의료현장 곳곳에 공백이 발생했고, 실제 주요 병원의 수술건수가 급감해 환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당시 일부 병원에서는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하기도 했다. 사진은 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이동하는 의료진. /연합
의사단체가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하면서 ‘총파업’ 등 집단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의료계 집단행동의 파급력을 키우는 역할을 했던 주요 상급종합병원 전공의들도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보이는 가운데, 정부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020년 의대 증원을 추진했을 당시에도 전공의들이 의협이 주도하는 집단 휴진에 대거 동참하면서 의료현장에 혼란이 빚어졌다. 전체 전공의의 80% 이상이 집단 휴진에 참여하면서 의료현장 곳곳에 공백이 발생했고, 실제 주요 병원의 수술건수가 급감해 환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당시 일부 병원에서는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하기도 했다. 사진은 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이동하는 의료진. /연합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의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사직하기로 하면서 전공의 집단사직이 전국으로 확산할 전망이다.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는 응급당직의 핵심을 맡는 만큼, 집단행동이 확산하면 2020년 전공의들의 대규모 집단행동으로 수술과 진료 등에 차질이 발생했던 ‘의료대란’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빅5 병원 전공의 대표들과 논의한 결과 오는 19일까지 해당병원 전공의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 이후 근무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개별적으로 전공의가 사직 의사를 밝힌 적은 있었지만, 수련병원 차원에서 집단사직을 표명한 것은 전날 22개 과 전공의 126명 전원이 사직서를 냈다고 밝힌 원광대병원 사례와 함께 처음이다.

또 조선대병원 소속 전공의 7명도 개별적으로 병원 측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대전협은 "앞으로 전공의가 근무하는 전체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사직서 제출 참여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라며 집단사직 대상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지난 1월 대전협의 전공의 대상 설문 조사(전체 전공의 1만5천명 중 4천200명 참여)에서 응답자의 86%는 집단행동 의사를 보였다.

전공의는 전문의와 전임의(펠로우)를 보조하는 역할이지만, 당직 근무를 맡고 환자들의 주치의 역할을 하는 의료현장의 핵심 인력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집단사직을 발표한 빅5 병원의 경우 전체 의사 중 전공의 비중이 37%에 달한다.

동네의원 중심인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집단행동이 파급력과 동력이 약한 것으로 평가받는 것과 달리, 전공의 집단행동은 의료 현장에 미칠 파장이 대단히 클 전망이다.

대전협은 지난 2020년 정부가 의대 증원 등을 추진할 때도 파업에 나섰다.

의협의 집단휴진 참여율이 한 자릿수에 그쳤지만 전공의들의 파업 참여율은 80%에 육박했고, 결국 정부는 증원 추진 계획을 접었다.

2020년 때도 의료 현장의 혼란은 ‘의료대란’으로 불릴 정도로 극심했다.

당시 파업에 동참한 전공의들은 "환자 진료에 차질 없게 하겠다"고 계속 강조했고, 전문의나 전임의가 전공의 역할까지 맡고 나섰다.

하지만 코로나19 유행이 극심했던 상황과 겹쳐 제때 진료나 수술, 입원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이 속출했다. 이에 살릴 수 있었던 환자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도 나왔다.

당시 부산에서는 약물을 마신 40대 남성이 의료계 집단행동 상황에서 응급처치를 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3시간을 배회하다가 울산까지 가서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정부는 당시 수도권을 시작으로 전국 전공의에게 ‘업무개시(복귀)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대전협은 회원들에게 휴대전화를 끄고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는 ‘블랙아웃’(Blackout) 행동 지침을 안내하며 응수했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어긴 전공의 등 10명을 고발했지만 나중에 취하했다. 결국, 전공의 집단행동을 이겨내지 못하고 의대 증원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이번에는 코로나19 유행이 심했던 당시와 상황이 다르다며 엄정 대응 방침을 강조하고 있다.

각 수련병원에는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를,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에는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을 이미 내렸다.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하면 즉시 ‘업무개시명령’도 내린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비대면진료 전면 확대,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활용, 군 의료기관 민간 개방 등 비상 계획을 마련했다.

정부와 의사들의 갈등이 고조되고 의료대란 우려가 커지면서 환자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조만간 빅5 병원 중 한 곳에서 진료가 예정돼 있다는 회사원 A씨는 "앓고 있는 지병도 걱정인데, 제대로 진료와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부와 갈등이 있을 순 있지만 의사들이 병원을 떠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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