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고공행진 사과·배 이어 제철 과일인 귤·딸기까지 비싼 몸값
대하 한 단의 가격 4000원 웃돌고 애호박도 개당 3000원 육박

소비자들 상대적으로 저렴·보관 편리한 수입 냉동과일로 눈돌려
정부, 오렌지·냉동과일·과일가공품 대한 저율관세할당 도입 방침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전망 2024’에 따르면 지난해 냉동 과일 수입량은 6만4000톤으로 전년보다 6% 증가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냉동 과일 코너. /연합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전망 2024’에 따르면 지난해 냉동 과일 수입량은 6만4000톤으로 전년보다 6% 증가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냉동 과일 코너. /연합

과일과 채솟값이 폭등하는 설 대목이 지났지만 가격은 아직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부는 오히려 설 연휴 전보다 오른 것도 있다. 필수 식재료인 대파 한 단의 가격이 4000원을 웃돌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밥상 단골 메뉴 된장찌개의 주재료 애호박도 개당 3000원에 육박한다.

이뿐만 아니다. 과일 가격도 연일 고공행진 중이다. 사과, 배에 이어 귤, 딸기까지 ‘비싼 몸값’에 올해 각 가정의 식탁에서는 과일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이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 냉동 과일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선식품만큼은 우리 땅에서 나온 농산물을 이용하는 소비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애호박 1개의 평균 소매 가격은 2883원으로 전년 대비 21.7% 올랐다. 같은 기간 대파 1㎏은 36.8% 오른 4585원 , 오이(다다기) 10개 들이는 1만5192원으로 11.6% 뛰었다. 시금치 100g과 청양고추 100g 등 채소 가격도 각각 1176원, 2497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39.2%, 6.9% 수직 상승했다.

한국인의 대표 디저트인 사과·배의 가격 상승세도 무섭다. 사과(후지) 10개 가격은 평균 2만9715원에 달한다. 이는 설 연휴 직전인 8일의 2만5243원보다 17.71% 상승한 것이다. 지난해 가격인 2만3069원과 비교하면 28.8% 올랐다. 배(신고)는 평균 3만8462원으로 전년 3만96원 대비 27.8% 급등했다.

귤과 딸기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에 제철 과일을 식탁에 올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16일 기준 딸기 100g의 평균 가격은 1880원으로 1년 전보다 21.4% 올랐다. 10개들이 귤은 5701원으로 1년 전의 3502원보다 62.8% 폭등했다.

과일 가격 급등은 전체 식료품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에서 ‘과실’의 기여도는 0.4%포인트를 기록했다. 통상 과실류의 물가 기여도가 0.1~0.2%포인트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강해졌다는 의미다. 과실류 물가는 사과, 배를 비롯해 복숭아, 포도, 밤, 감, 귤, 오렌지, 참외, 수박, 딸기, 바나나, 키위, 블루베리, 망고, 체리, 아보카도, 파인애플, 아몬드 등 19종으로 구성돼 있다.

이로 인해 전반적인 식료품 물가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식료품 물가는 전년보다 6% 올랐다. 이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 폭인 2.8%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다.

과일·채소 값의 폭등 원인은 지난해 폭염과 폭우, 그리고 가뭄·홍수 등의 이상 기후로 인한 작황 부진이 1차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아울러 탄저병까지 유행하면서 과일 생산량은 바닥을 맴돌았다. 통계청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사과 생산량은 39만4428톤으로 전년의 56만6041톤 대비 30.3% 줄었다. 배 생산량 역시 18만3802톤으로 전년 25만1093톤보다 26.8% 감소했다.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보관이 편리한 수입 냉동 과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전망 2024’에 따르면 지난해 냉동 과일 수입량은 6만4000톤으로 2022년보다 6% 증가했다.

동네 슈퍼마켓에서도 냉동 과일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기업형 슈퍼마켓(SSM) GS더프레시의 지난해 매출액 현황을 보면 냉동 과일 매출은 전년 대비 119.3% 성장했다. 특히 냉동 블루베리와 냉동 망고는 각각 158%, 122% 오르며 높은 신장세를 보였다. 생과일보다 가격이 20~30% 저렴한 수입 냉동 과일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GS더프레시는 올해 냉동 과일 상품 수를 지금보다 30%가량 확대할 계획이다.

밥상 물가가 요동치자 정부도 물가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농식품 수급 상황 확대 점검회의를 열고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위한 선제적인 방안을 논의했다. 오렌지·열대 냉동 과일·과일 가공품에 대한 저율관세할당 또는 할당관세를 신속하게 도입하고, 참외 등 대체 과일이 본격 출하되는 오는 5월 전까지 사과·배를 중심으로 농축산물 할인에 166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또한 이달 안으로 배추·무 8000톤을 추가 비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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