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전통인형 마트료시카에 그려진 푸틴과 젤렌스키. /EPA=연합
러시아 전통인형 마트료시카에 그려진 푸틴과 젤렌스키. /EPA=연합

2022224일 새벽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의 포성이 이어진 지난 2년간 블라디미르 푸틴(71)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6) 대통령은 대척점에 서 있었다. 전쟁 장기화에 대한 피로도가 쌓여가는 가운데 두 사람의 명암도 전황과 국내외 정치 지형 등에 따라 여러 차례 교차했다. 이웃나라 침략을 밀어붙인 푸틴 대통령은 수많은 민·군 희생을 초래하며 서방 최대의 공공의 적이 됐다.

그러나 오는 24(현지시간) 전쟁 발발 2주년을 앞둔 21일 현재 우크라이나가 밀리는 듯한 상황이다. 현재 시간은 푸틴 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시경제체제로 전환한 러시아는 무기 생산에 탄력이 붙었을 뿐만 아니라 각종 포탄과 재래식 중장거리 미사일을 공급하는 북한과의 밀착 그리고 원유와 가스등 원자재를 중국 그리고 인도 수출을 통해 대외 정치경제적으로 고립 탈피에 성공하고 있다.

실제로 202310월 이후 푸틴은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들과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을 활보하며 해외순방을 재개했고, 특히 다음 달인 31517일 열리는 러시아 대통령 선거후 북한 답방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첫 서방 언론 인터뷰로 최근 미국의 극우 논객 터커 칼슨과 만나 "러시아에 패배를 안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부쩍 자신감을 드러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면 집권 5기를 열며 2030년까지 정권을 연장한다.

한편 골리앗러시아에 맞서 항전을 이끈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과 유럽 등을 오가는 광폭 행보로 서방의 무기 지원을 견인했고, 이에 힘입어 며칠이면 끝낼 것이라는 푸틴의 자신감에 상처를 안기며 장기전을 이끌어 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이 예상과 달리 실패에 가까운 저조한 성적을 내고, 또한 내부적으로는 전시 고질적 부패 관행을 국가 반역죄로 다스리며 부정부패와의 싸움을 벌여왔던 젤렌스키 대통령은 수세에 몰린 와중에 군 총사령관과 불화설을 노출하며 전열 약화를 자초하기도 했다.

다만 나발니의 갑작스러운 사망이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지리멸렬한 전세에 새로운 모멘텀을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도 엿보인다. 최근 16일 나발니의 의문사가 푸틴의 잔인성을 다시 한번 부각, 우크라이나 전쟁에 지친 국제 여론을 다시 환기함으로써 지지부진해진 서방의 지원에 돌파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인 셈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임기는 당초 오는 5월까지였지만, 우크라이나에 계엄령이 발동돼 오는 3월로 예정됐던 대선을 포함한 선거가 모두 유예된 상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시라는 특수 상황을 명분으로 임기를 연장하게 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의 정치적 운명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배와 직결될 전망이다. 푸틴과 젤렌스키, 이들 두 지도자는 전쟁이 이번 주 24일을 기점으로 장장 3년째로 접어드는 현재 시점까지 조금도 양보할 기색을 내비치지 않은 채 강대강으로 대치하고 있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