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가 전략을 앞세워 국내 유통시장에서 빠르게 자리 잡은 중국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이제는 토종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 이커머스 기업 테무 로고. /로이터=연합
초저가 전략을 앞세워 국내 유통시장에서 빠르게 자리 잡은 중국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이제는 토종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 이커머스 기업 테무 로고. /로이터=연합

고물가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굳게 닫힌 틈을 타 초저가를 앞세워 국내 유통시장에 빠르게 자리 잡은 중국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이제는 토종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는 공구, 생활용품, 패션 등 일부 공산품에 그치던 판매 영역을 신선식품으로 확장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유통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20일 통계청의 ‘2023년 12월 및 연간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해외 직접 구매액은 6조7567억원으로 전년 대비 26.9% 성장했다. 눈여겨볼 만한 대목은 중국에 대한 직접 구매액이다. 지난해 중국 직구액 규모는 3조2873억원으로 전년보다 121.2% 수직 상승하며 종전 1위인 미국 직구액 규모를 제쳤다. 미국 직구액은 전년보다 7.3% 줄어든 1조8574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중국 직구 규모가 급증한 것은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들이 한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 영향이 크다. 이로 인해 중국 이커머스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국내 이용자 수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앱 통계 분석 플랫폼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와 테무의 지난달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각각 717만5000명, 570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두 앱의 합산 MAU는 1288만명에 달한다. 한국인 5명 가운데 1명은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를 통해 물건을 구매해 본 셈이다. 지난해 1월만 해도 알리익스프레스의 MAU는 336만명 수준이었다. 테무도 한국에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지난해 8월 MAU는 52만명에 불과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중국 최대의 정보기술(IT) 기업 알리바바에서 운영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지난 2018년 한국에서 서비스를 론칭했지만 배송이 오래 걸리는 탓에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한국 전용 고객센터를 열고 물류 서비스 개선에 1000억원 가량을 투자하면서 배송 기간을 최대 3일로 단축했다. 또 배우 마동석을 기용해 대대적인 광고 마케팅을 펼치면서 국내 시장에 빠른 속도로 뿌리내렸다.

이 기세를 몰아 알리익스프레스는 현재 초저가 공산품을 넘어 국내 신선식품 사업 진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재 알리익스프레스는 신선식품 카테고리를 관리하는 베테랑 상품기획자(MD)를 물색하고 있다. 온라인 식료품 전문가 영입을 통해 반복 구매가 잦은 신선식품 시장에 침투, 국내 유통업계 잠식을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통계청의 ‘2023년 12월 및 연간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해외 직접 구매액은 6조7567억원으로 전년 대비 26.9% 성장했다. 지난 11월 인천시 중구 인천공항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에 직구물품들이 쌓여있다. /연합

통상 신선식품 사업은 투자금 대비 수익성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신 소비자들의 꾸준한 구매가 따라오는 ‘록인 효과’ 덕분에 고객 확보 차원에서 유통기업이 갖춰야 할 필수사업으로 꼽힌다. 록인 효과는 소비자가 과일, 달걀, 우유, 채소 등 신선식품 구매를 위해 앱이나 홈페이지에 반복적으로 방문하면서 다른 공산품도 함께 구매하는 소비 현상을 말한다. 이 때문에 고물가·고금리로 저렴한 물건을 찾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국내 기업로부터 모조리 흡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후발주자인 테무는 라이프스타일 상품과 가전 등을 초저가로 판매하는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지난해 8월 한국에 진출했다. 이 기업은 SNS를 자주 사용하는 20·30세대를 타깃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실제 테무의 이 같은 전략은 젊은 층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른바 ‘테무깡’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을 정도다. 테무깡은 테무에서 친구 추천이나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주는 포인트 등의 혜택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방식을 말한다. 불법 대부업체를 통해 신용카드로 물건을 사는 것처럼 꾸며 결제한 후 현금을 받는 불법 대출 방식인 카드깡에서 유래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월등한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중국 이커머스의 공세에 국내 유통업계가 위기를 맞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 국내 유통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열린 ‘해외플랫폼 진출에 따른 국내 온라인시장 영향 간담회’에 참석해 중국 이커머스의 침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판매자가 중국에서 상품을 매입해 판매할 경우 각종 관세 및 부가세 등이 붙지만 중국 기업들은 이 같은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면서 "사실상 ‘기울어진 운동장’ 상태에 있는 만큼 현 제도 하에선 우리 기업과 중국 기업 간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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