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연구팀이 영구치를 재생하는 약물을 개발하고 있다. 동물실험에서 효과를 입증한 이 약물은 ‘뼈 형성 단백질(BMP)’을 활성화해 유치와 영구치에 더해 세 번째 치아를 자라나게 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
일본 연구팀이 영구치를 재생하는 약물을 개발하고 있다. 동물실험에서 효과를 입증한 이 약물은 ‘뼈 형성 단백질(BMP)’을 활성화해 유치와 영구치에 더해 세 번째 치아를 자라나게 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

평균 300개의 이빨을 가진 상어는 이빨이 빠져도 평생 새로운 이빨이 계속 자라나는 치아 재생의 최강자다. 반면 사랑니를 포함해 총 32개의 이빨을 가진 인간은 유치와 영구치 단 두 번의 기회밖에 없어 치아 관리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일본의 한 연구팀이 이 같은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고 영구치를 재생해주는 신약 후보물질을 찾아냈다. 개발에 성공하면 유전적·선천적 치아 결손 환자들은 물론 사고나 관리 부실로 영구치가 손실된 사람들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오사카 소재 기타노병원의 치의학자 타카하시 카츠 박사팀은 최근 병원 홈페이지를 통해 세계 최초의 치아 재생 연구에 참여할 임상 환자의 모집에 나섰다. 타카하시 박사팀은 일본의료연구개발기구(AMED)의 지원을 받아 교토대의 바이오벤처 토레젬 바이오파마(Toregem Biopharma), 후쿠이대학 연구팀과 함께 치아 수가 6개 이상 적거나 유치가 빠지고도 영구치가 나지 않은 선천성 무치증 환자를 대상으로 올해 7월부터 임상 1상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번 임상시험은 다카하시 박사가 교토대 재직 시절인 2021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발표한 연구성과에 기반한다. 타카하시 박사는 "2007년경 정상보다 치아 수가 많은 실험용 쥐 모델이 개발됐고, 이의 연구를 통해 ‘USAG-1’ 유전자의 결핍이 그 원인으로 밝혀졌다"며 "모든 인간은 ‘뼈 형성 단백질(BMP)’의 작용에 의해 세 번째 치아를 자라나게 하는 씨앗인 ‘치배(tooth bud)’를 갖고 있는데 USAG-1 단백질이 BMP를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그는 USAG-1을 억제하면 BMP 단백질이 활성화돼 세 번째 치아 재생이 가능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고, 쥐 실험으로 입증했다. 논문에 따르면 USAG-1 중화 항체를 한 차례 전신 투여하는 것만으로 치아 전체가 재생됐다. 또한 후속 실험에서는 페럿에게도 쥐와 동일한 효과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영구치 안쪽에서 새로운 치아가 자라난 것이다.

일본 연구팀이 영구치를 재생하는 약물을 개발하고 있다. 동물실험에서 효과를 입증한 이 약물은 ‘뼈 형성 단백질(BMP)’을 활성화해 유치와 영구치에 더해 세 번째 치아를 자라나게 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
일본 연구팀이 영구치를 재생하는 약물을 개발하고 있다. 동물실험에서 효과를 입증한 이 약물은 ‘뼈 형성 단백질(BMP)’을 활성화해 유치와 영구치에 더해 세 번째 치아를 자라나게 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

다카하시 박사는 "페럿은 인간처럼 유치와 영구치라는 2개의 치아 생성 패턴을 가진 동물"이라며 "지난해 재생의학 분야 학술지 ‘재생요법(Regenerative Therapy)’에 게재한 논문에서 피력했듯 이는 사람도 USAG-1 억제 약물이 치아 재생을 위한 효과적 접근법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현재 연구팀은 토레젬 바이오파마를 통해 임상시험에 사용할 후보물질을 선별하고 있다. 동물실험에 쓰인 3개의 USAG-1 중화 항체 중 하나인 ‘TRG-035’를 인간에 맞춰 조정한 뒤 예비 독성시험을 마친 상태며 제조·정제법 고도화, 추가 안전성 시험 등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팀의 제1타깃은 전 세계 인구의 약 1%가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선천성 무치증 환자, 그중에서도 어린이 환자다. 어린이의 경우 성인보다 고통이 크고, 턱뼈와 치조골이 발달 중에 있어 임플란트 같은 시술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번 임상시험에 성공하면 2025년 2~6세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추가 임상을 실시해 효과를 확인할 계획이다. 최종 목표는 2030년까지 어린이와 성인을 불문하고 모두가 혜택을 누릴 상용제품의 출시다.

다카하시 박사는 "기능면에서 치아를 완벽히 대체할 존재는 실제 치아밖에 없는 만큼 항 USAG-1 기반 치아 재생은 치의학의 근간을 바꿔놓을 기술"이라며 "치아 재생술이 틀니, 임플란트와 함께 제3의 선택지가 되는 세상을 열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편 다카하시 박사팀 외에도 치아 재생 연구는 세계 각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중국 과학원 산하 광저우생물의약건강연구소 연구진은 인간의 소변에서 채취한 역분화줄기세포(iPS)를 이용해 치아 조직을 만들어내는 실험에 성공한 바 있다. 또 올해 1월에는 연세대와 서울대 공동연구팀이 G단백질 연결 수용체 ‘GPCR’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BMP를 포함한 경조직(뼈·치아) 재생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발현을 촉진시키는 기전을 규명했다. 공동 연구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뼈·치아 재생 효과를 확인한 만큼 상용화될 수 있는 약물 개발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치아 재생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교토대의 바이오벤처 토레젬 바이오파마(Toregem Biopharma)의 설립자들. 왼쪽부터 타카하시 카츠 박사, 키소 호노카 박사, 타카타니 무네오 박사. /토레젬 바이오파마
치아 재생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교토대의 바이오벤처 토레젬 바이오파마(Toregem Biopharma)의 설립자들. 왼쪽부터 타카하시 카츠 박사, 키소 호노카 박사, 타카타니 무네오 박사. /토레젬 바이오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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