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에 대한 각종 로비가 벌어지는 워싱턴D.C. 위치한 미국 연방의사당 전경.

일본 정부가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에 대비해 미 워싱턴 정가에 대한 로비 활동을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워싱턴의 재미일본대사관은 2023년 로비와 자문 업무를 담당하는 전문 회사 3곳과 새로 계약을 맺었다. 11월 대선 후 미국의 정책 동향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번에 추가된 계약 회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교류가 깊은 로비 기업 발라드 파트너스(Ballard Partners)’, 미 의회의 흑인 의원 연맹과 가까운 더 그룹 DC’,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연설문 작가들이 세운 웨스트윙 라이터스(West Wing Writers)’. 이로써 주미일본대사관이 계약한 로비 기업은 총 20개사가 됐다.

발라드 파트너스는 대표인 브라이언 발라드가 트럼프와 30년 가까이 교류를 가져온 것으로 유명하다. 워싱턴 DC의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 (Politico)2018년 트럼프 정권에서 가장 강력한 로비스트로 발라드를 꼽았다. 발라드 파트너스는 2017년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직후 미국 수도 워싱턴 DC에 사무소를 열고 세를 불렸다. 이 회사는 지난 7년간 20여 개 나라에 자문을 제공했다.

발라드 대표는 일본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제일(America First)’로 미국의 동맹국이라면 트럼프만큼 좋은 친구는 없다"면서도 "미국이 필요한 돈을 내지 않고, 미국이 필요할 때 협력하지 않는 국가라면, 트럼프는 그 나라들이 미국 정부에 원하고 싶은 의제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최근 일본제철의 미 철강 대기업 US스틸 인수를 둘러싸고 미국 내 로비 활동의 중요성을 재차 확인 중이다. 일본제철이 지난해 202312US스틸을 140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한 뒤 미 정치권과 전미철강노조(USW) 등을 중심으로 반발이 터져 나왔다. 최근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산업화의 상징인 US 스틸 매각에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며 이 문제를 선거 쟁점화하고 나섰다.

닛케이는 또한, 워싱턴의 다른 대사관 관계자를 인용해 최근 일본이 트럼프과 관계 깊은 여러 미국 싱크탱크 및 전직 관리들에 접촉해 중국과 거래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웨스트윙 라이터스를 통해 연설문 작가를 고용한 것 역시 "일본의 메시지를 맞춤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워싱턴의 재미 일본대사관은 웨스트윙 라이터스로부터 1년에 6회 대사의 연설문 작성 서비스를 제공 받기로 했다.

워싱턴DC 비영리 시민단체인 오픈시크릿의 일본의 미국정부에 대한 로비비용액수 추이. /21일 오픈시크릿 홈페이지
워싱턴DC 비영리 시민단체인 오픈시크릿의 일본의 미국정부에 대한 로비비용액수 추이. /21일 오픈시크릿 홈페이지

이 같은 로비 활동 강화로 관련 비용도 늘었다. 워싱턴의 조사사이트 오픈 시크릿에 따르면 일본 정부 관련 미국 내 로비 활동 지출액은 2023년에 4934만달러(660억원)로 전년 대비 13.4% 늘었다. 발라드 파트너스에 지급하는 비용은 월 25000달러 수준이며, 일본 대사관이 수십년에 걸쳐 관계를 다진 다른 로비 기업에도 월 약 15000달러의 수수료를 낸다. 오픈시크릿은 로비 업체가 외국 대리인 등록법에 따라 미국 법무부에 제출한 반기 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통계를 작성한다.

한편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사 2023년 사상 최대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을 상대로 대대적인 통상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 1기 트럼프 정부가 출범했던 2017년 대미(對美) 무역수지 흑자가 179억달러였지만 바이든 정부 집권기인 지난해 445억달러를 기록했다.미국을 상대로 사상 최대 무역흑자를 올렸다.

미국에서 정권이 바뀌는 6년 새 무역수지 흑자가 2.5배 늘어난 것이다. 경상수지 흑자도 2017249억달러에서 2022677억달러까지 3배 가까이 급증했다. 문제는 미국의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 규모가 바이든정부에서 더 커졌다는 점이다. 미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대한 무역적자는 지난해 467억달러까지 불어났다. 한국은 미국의 무역적자국 순위에서 8위까지 올라왔다.

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집권하면 다자간 무역규범을 무시하고 양자간 관세전쟁을 벌여 세계무역질서가 대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1기 때 통상교섭실장을 맡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을 진두지휘 했던 유명희 전 통상교섭본부장도 "트럼프 전 대통령 주변에서는 무역적자가 국가안보, 경제안보의 가장 큰 위협이라는 인식이 강하다""트럼프 2기 정부에서는 무역흑자국을 상대로 무역확장법 232조 외에도 우리가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한 다양한 수입규제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유 전 본부장은 "트럼프 재집권시 협상의 시간이 오기 때문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협상에서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미리 구축한 네트워크를 통해서 입수한 정보가 굉장히 중요하다""협상의 시간이 다가온다는게 꼭 나쁜게 아니라 우리가 잘 준비를 하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길이 분명히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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