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옵션 먹튀' 막는 성과보상제...인재이탈 막고 주가부양 효과도
애플·구글·아마존 등 선도적 도입...일본은 상장사 31% RSU 활용

RSU 싸고 근거없는 보도 시달려...한겨레 16차례 걸쳐 의혹 제기
한화 입장·설명은 거의 반영 안돼...언론중재위에 정정·반론 청구

/그래픽=김상혁 기자
/그래픽=김상혁 기자

한화그룹이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성과보상제도를 전(全) 계열사로 확대한다. RSU제도는 성과급으로 주식을 바로 지급하는 대신 양도하는 시점을 제한하는 것이다. 양도하는 시점을 길게 설정하면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먹튀’ 논란을 낳고 있는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과 대비되는 특성이다. 스톡옵션은 기업이 임직원에게 일정 수량의 주식을 일정 가격으로 매수할 권리를 부여하고, 임직원이 권리를 행사할지 말지 선택하는 제도다.

스톡옵션은 사업이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한 스타트업들이 주로 활용한다. 곳간이 넉넉한 기업들은 성과급을 바로 줄 수 있지만 스타트업은 자금 형편이 여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영 성과를 통해 기업가치를 올려야 할 임직원이 상장 후 1년도 안 돼 스톡옵션을 행사하고, 그렇게 취득한 주식을 곧바로 매각하는 경우가 잇따르면서 RSU제도가 대체재로 부상하고 있다.

RSU제도는 이미 실리콘밸리에선 널리 활용되고 있다. 2003년 마이크로소프트를 시작으로 애플,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들이 선도적으로 도입했다. 일본에서는 상장사의 31.3%가 RSU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 2020년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RSU제도를 도입했다.

RSU제도는 임직원이 주식을 지급받기로 회사와 약정한 후 5~10년 뒤에야 실제 주식을 수령할 수 있다. 퇴사하더라도 약정 기간을 채워야 한다. 이로 인해 스톡옵션처럼 임직원의 먹튀가 어렵다. 우수 인재의 이탈을 막는 효과가 있는 셈이다. 아울러 기업이 RSU를 양도하는 시점에 자사주를 대량으로 매입하게 돼 주가 부양에도 긍정적이다.

그럼에도 한화그룹은 RSU제도를 둘러싼 근거없는 보도에 시달리고 있다. 경영권 승계의 도구로 RSU제도를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한겨레신문이 대표적이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최근 기업의 장기적 성장,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내년부터 전 계열사의 팀장급 직원에까지 RSU제도를 확대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주)한화·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솔루션·한화생명의 대표이사와 주요 임원들이 RSU를 받아왔는데, 이들에게 지급된 RSU는 350만주로 추정되고 있다. 김동관 부회장은 그룹 지주사 격인 (주)한화의 RSU 26만6750주를 비롯해 한화솔루션 19만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5만주 등을 성과급으로 받았다.

김 부회장이 RSU를 받아 온 사실은 사업보고서를 통해 이미 알려졌다. 한화그룹에 따르면 김 부회장은 2020년과 2021년 보수 총액이 5억원을 넘지 않아 구체적인 보수 내역을 공시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다 금융감독원이 보수 공시를 강화하면서 올해 초 처음으로 김 부회장이 2020년 (주)한화, 2021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받은 RSU 내역이 공개됐다.

한겨레신문은 지난달 16일 1면 기사 ‘한화 장남에 RSU 389억원, 경영권 승계수단 악용 우려’를 비롯해 3·4면에 걸쳐 한화그룹의 경영권 편법승계 의혹을 제기했다. 통상 RSU는 5~10년 이후에나 받는 성과보상이기 때문에 정확한 액수를 알 수 없음에도 한겨레신문은 지난해 12월 일평균 종가를 기준으로 현재가치를 추산했다. 이에 따르면 김 부회장이 보유한 RSU의 현재가치는 총 389억여원이다.

하지만 김 부회장이 받은 RSU는 현금을 포함해 전체의 1%가량에 불과하다. 한화그룹의 RSU를 받은 임직원은 대부분 10년 뒤 절반은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로 전환하고, 나머지 절반은 소유 당시의 주가에 상당하는 현금으로 받는다. 더구나 RSU제도에 따라 김 부회장이 ‘환갑’인 2040년까지 취득하는 (주)한화의 주식은 1%대에 불과해 경영권 승계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하다.

한화그룹이 일방적으로 매도당하고 있다며 항변하고, 재계에서 ‘광고를 거래하려다 불발되자 보복성 기사를 보도했다’는 말이 나도는 이유다. 한화그룹은 이와 관련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 및 반론보도 청구에 나선 상태다. 한화그룹 변호인단은 "한겨레신문이 지난달 16일부터 16차례에 걸쳐 한화그룹의 RSU 관련 보도를 했는데, 이 과정에서 한화그룹의 입장이나 설명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겨레신문이 무려 2만6163자로 문제의 이번 기사를 쓰면서 한화그룹 입장이나 설명은 단지 371자만 반영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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