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종합 반도체 기업 인텔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2위에 올라서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21일(현지시간) 인텔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의 맥에너리 컨벤션센터에서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반도체 웨이퍼를 소개하고 있다. /인텔
미국의 종합 반도체 기업 인텔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2위에 올라서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21일(현지시간) 인텔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의 맥에너리 컨벤션센터에서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반도체 웨이퍼를 소개하고 있다. /인텔

미국의 종합 반도체 기업 인텔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2위에 올라서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는 점을 고려해 이 시장을 집중적으로 파고들겠다는 것이다.

특히 연내 1.8나노미터(㎚·10억분의 1m) 반도체 양산에 들어간다고 폭탄 선언하며 파운드리 업계 투톱 TSMC와 삼성전자를 긴장케 하고 있다. 현재 가장 앞선 공정은 3㎚로 삼성전자와 TSMC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양산 중이다. 파운드리 업계 패권을 두고 한국·대만·미국의 대표 반도체 기업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21일(현지시간) 인텔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의 맥에너리 컨벤션센터에서 협력사를 대상으로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 다이렉트 커넥트’ 행사를 열고 자사의 파운드리 전략을 공개했다. 이번 행사는 지난 2021년 3월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선언한 이후 열린 첫 협력사 행사다.

인텔은 업계 최선단인 1.8㎚ 반도체를 올해 연말부터 양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당초 양산 시점을 오는 2025년으로 잡았지만 무려 1년이나 당긴 것이다. 또한 이는 내년 2㎚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하는 삼성전자와 TSMC의 계획을 앞서는 것이기도 하다. 앞서 인텔은 지난해 9월 1.8㎚ 공정에 투입되는 반도체 웨이퍼 시제품을 깜짝 공개하며 삼성전자와 TSMC를 긴장시킨 바 있다.

인텔이 발표한 1.8㎚ 공정에서는 MS가 개발 중인 AI 반도체가 먼저 생산될 예정이다. 이날 인텔은 구체적인 칩 종류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11월 MS가 공개한 AI 반도체 ‘마이아’가 유력하다. 마이아는 MS가 과도하게 높은 엔비디아의 AI 그래픽처리장치(GPU) 의존도를 벗어나고자 개발한 첫 AI 전용 칩이다. 반도체업계 일각에서는 마이아가 엔비디아의 대표 AI GPU인 H100에 필적하는 성능을 가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인텔은 2027년까지 1.4㎚ 공정을 도입해 TSMC·삼성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술력을 갖추고, 2030년부터는 삼성전자를 넘어 글로벌 2위 파운드리 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란 포부도 밝혔다. 이를 위해 인텔은 ‘시스템즈 파운드리’라는 서비스를 공개했다. 이는 반도체 설계부터 패키징. 테스트까지 반도체 전(全) 생산 과정을 모듈처럼 나눠 고객사에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인텔이 강점을 가진 후(後) 공정 부분을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의 무기로 활용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날 인텔은 MS를 포함해 ARM·지멘스·케이던스·시놉시스·앤시스 등 굵직한 파트너 기업을 공개했다. 특히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는 ARM과 손을 잡은 것이 이례적이다. 이날 르네 하스 ARM 최고경영자(CEO)는 "ARM과 인텔이 함께 무대에 서는 모습은 상상하기 힘든 장면"이라면서 "마치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아이튠즈를 MS 윈도에 이식한다는 발표를 했을 때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인텔의 폭탄선언으로 한국·미국·대만의 대표 반도체 기업 간 경쟁은 더욱 뜨겁게 흘러가는 모습이다. TSMC의 경우 1㎚ 공정 개발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최근 TSMC는 타이바오시 과학단지를 관할하는 관리국에 100만㎡ 규모의 공장 용지를 요청했다. 1조 대만달러(약 42조7000억원)가 투입해 용지의 60%는 1나노 공정 공장으로, 40%는 패키징 공장으로 짓겠다는 구체적인 활용 계획도 전달했다.

삼성전자는 굵직한 고객사 모시기에 한창이다. 이를 위해 지난 21일 ARM과 손잡고 차세대 시스템온칩(SoC) 설계 자산(IP)을 최첨단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에 최적화하기로 했다. GAA는 파운드리 기업이 2㎚는 물론 1㎚ 반도체 양산 시대를 열기 위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초미세 공정 기술로 삼성전자가 지난 2022년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앞서 삼성전자가 3㎚ 공정에서 축적한 GAA 노하우와 전 세계 모바일 AP 팹리스의 90% 이상이 ARM의 IP를 이용하는 것을 고려하면 TSMC에 쏠린 애플·퀄컴·엔비디아 등 최정상급 펩리스 고객사들의 수요를 일정 부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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