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다코타 광산기술대학의 괵체 우스투니식 교수팀이 샌포드지하연구시설(SURF)의 1250m 지하에서 기체 탄소를 고체 암석으로 만들어버리는 박테리아를 발견했다. 박테리아가 만들어내는 탄산 무수화 효소가 탄소를 탄산염으로 바꾼다. 사진은 연구자가 SURF의 1250m 지하에서 미생물이 들어 있는 유출수 시료를 채취하고 있는 모습. /SURF
사우스다코타 광산기술대학의 괵체 우스투니식 교수팀이 샌포드지하연구시설(SURF)의 1250m 지하에서 기체 탄소를 고체 암석으로 만들어버리는 박테리아를 발견했다. 박테리아가 만들어내는 탄산 무수화 효소가 탄소를 탄산염으로 바꾼다. 사진은 연구자가 SURF의 1250m 지하에서 미생물이 들어 있는 유출수 시료를 채취하고 있는 모습. /SURF

전 세계의 최우선 당면과제 중 하나인 탄소중립을 빠르게 실현시켜줄 미생물이 발견됐다. 이 미생물을 이산화탄소(CO2)와 함께 지하 깊은 곳의 공동(空洞)에 주입하면 기체인 탄소가 돌처럼 굳어 대기로부터 수천년 이상 반영구적 격리가 가능해진다. 특히 자연상태에서는 10년이 걸릴 결정화 과정을 단 10일로 줄여줘 지구온난화의 시계를 거꾸로 돌릴 세상에서 가장 작은 일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사우스다코타 광산기술대학(SDSMT) 괵체 우스투니식 교수팀은 최근 미국지구물리학회(AGU) 연례회의에서 발표한 논문을 통해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기술의 최대 조력자가 될 박테리아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CCS는 공장 굴뚝과 같은 곳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포집해 폐 유전·가스전 같은 지하 공동에 격리하는 대표적 탄소배출저감 기술이다. 하지만 상온에서 기체로 존재하는 탄소는 완벽한 격리가 물리적으로 어렵다. 지질 활동에 의해 공동에 단층(균열)이 생기거나 기체 탄소를 펌핑하는 과정에서 생긴 압력 변화로 기체 탄소가 대기 중으로 탈출할 수 있다.

이에 과학자들은 특정 지구화학적 특성을 가진 암석층에 탄소를 주입하면 탄소와 암석의 화학반응에 의해 기체 탄소가 탄산염 광물로 암석화되는 ‘탄소 광물화(carbon mineralization)’를 CCS와 접목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자연적인 탄소 광물화에는 수백~수천년이 걸리며, 우리에게는 그만한 시간이 없다는 게 문제다.

우스투니식 교수는 "미 국립과학재단(NSF)의 연구자금 지원을 받아 2년여 만에 찾아낸 이 미생물은 탄소 광물화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켜 준다"며 "이는 탄소 저장량을 늘리는 동시에 탄소의 탈출을 막아줄 완전한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녀석은 ‘지오바실러스 sp.(Geobacillus sp.)’라는 호열성 박테리아의 일종으로, 사우스다코타주 소재 샌포드지하연구시설(SURF)의 1250m 지하 암석층에서 발견됐다. 연구팀의 브랫 링월 교수는 "지금껏 몇몇 미생물의 탄소 광물화 촉진 효과가 확인됐지만 수㎞ 지하는 먹이가 부족하고 빛 한 줌 없는 암흑공간이자 온도와 압력까지 높아 생존이 어려웠다"며 "지오바실러스 sp.는 애당초 이런 극한환경 태생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설명했다.

지오바실러스 sp.의 능력과 내성을 파악하고자 연구팀은 다양한 온도(20~150℃)와 압력(250~900bar)에서 현무암, 고토 감람석, 투휘석, 방해석 등 여러 암석에 지오바실러스 sp.와 기체 탄소를 투입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대다수 환경에서 탄소 암석화가 이뤄졌다. 박테리아가 만들어낸 탄산 무수화 효소가 암석 및 탄소와 반응해 탄산염이 형성되는 메커니즘이었다.

우스투니식 교수는 "가장 이상적 상황은 80℃, 500bar(약 493기압), 투휘석 조건 하에서 일어났는데 단 10일 만에 결정화가 관찰됐다"고 밝혔다. 자연에서는 7~10년은 지나야 결정화가 일어난다는 점에서 우사인 볼트도 울고 갈 빠른 속도였다.

우스투니식 교수는 "지금껏 극한 미생물의 탄소 암석화는 그들이 거주지에서만 재현됐을 뿐 현장을 모사한 실험실 환경에서 재현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관련특허를 확보한 상태"라며 "생물학 기반 CCS는 기후위기를 가속화할 막대한 양의 탄소 배출을 저감하는 동시에 신산업 육성에 따른 경제발전까지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탄소중립의 판도를 바꿀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추가 연구자금을 확보해 지오바실러스 sp.를 활용한 탄소 암석화 기법의 상용화를 목표로 후속 연구에 나설 계획이다. 여기에는 실험실을 벗어나 실제 지하 공동에서의 효용성 실증도 포함돼 있다. 우스투니식 교수는 "폐 시추공 속 약 1600㎞ 지점을 첫 실증 대상지로 염두에 두고 있다"며 "연구를 계속하기에 적합한 지하 공동을 찾아내는 것이 기술 고도화와 상용화의 주요 관건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괵체 우스투니식 교수(사진)는 샌포드지하연구시설(SURF)의 1480m 지하가 자신의 연구실이다. 여기서 우스투니식 교수팀은 암석의 표면과 코어 샘플, 퇴적층, 지하수 등을 채취해 탄소 광물화를 촉진할 극한 미생물을 찾고 있다. /SURF
괵체 우스투니식 교수(사진)는 샌포드지하연구시설(SURF)의 1480m 지하가 자신의 연구실이다. 여기서 우스투니식 교수팀은 암석의 표면과 코어 샘플, 퇴적층, 지하수 등을 채취해 탄소 광물화를 촉진할 극한 미생물을 찾고 있다. /SU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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