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 조현준 회장(왼쪽)과 조현상 부회장. /연합
효성그룹 조현준 회장(왼쪽)과 조현상 부회장. /연합

재계 31위 효성그룹의 ‘형제 경영체제’가 마침내 막을 내린다. 효성그룹이 첨단소재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새로운 지주회사 출범을 공식화한 것. 이는 지난 2018년 ㈜효성을 지주사로 하는 현재의 경영체제를 꾸린 지 6년 만이다. 오는 7월 지분 정리가 완료되면 기존의 지주사 ㈜효성은 조현준 회장, 신설 지주회사는 조현상 부회장이 맡아 독립경영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은 각각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 삼남이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효성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자회자인 효성첨단소재㈜를 중심으로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HIS), 효성홀딩스USA, 효성토요타㈜ 등 6개 사에 대한 출자 부문을 인적분할해 신규 지주회사인 ㈜효성신설지주(가칭)을 설립하는 계획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효성그룹은 오는 7월 1일부터 2개 지주회사 체제로 재편될 예정이다. 인적분할은 존속법인 주주들이 일정 비율로 신설법인 지분을 나눠 갖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기존 회사 주주들이 지분율에 따라 신설회사의 지분을 동일하게 갖는 것이다.

이번 효성가(家)의 형제간 그룹 분리는 지난 2021년 LG가에서 독립한 LX그룹 이후 3년 만에 나온 사례다. 새롭게 출범하는 효성신설지주의 인적분할 비율은 순자산 장부가액 기준 ㈜효성 0.82 대 신설지주 0.18이다. 지주회사 재편 작업을 마칠 경우 장남 조 회장은 섬유와 중공업·건설 등 그룹의 핵심 사업을 전담하고, 동생인 조 부회장은 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신사업 부문을 맡을 예정이다.

이에 대해 효성그룹은 지주사별로 사업 분야와 관리 체계를 전문화하고, 인적·물적 자원을 적재적소에 배분해 경영 효율화를 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오너일가의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맞서 기민한 대처가 가능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효성그룹이 인적분할을 통해 각자 경영체제를 구축하기로 한 속내는 따로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현재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이 이끄는 효성그룹은 큰 갈등 없이 공동 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두 사람이 보유한 ㈜효성의 지분율이 거의 비슷한 탓에 언제든 경영권 다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효성의 오너일가 지분은 조 명예회장 10.14%, 조 회장 21.94%, 조 부회장 21.42%로 장남과 삼남의 지분 차이는 0.52%포인트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주사를 둘로 쪼개 각자 경영체제에 들어가면 분쟁 가능성은 크게 줄어든다. 효성그룹이 각자 경영체제를 선언하면서 그동안 그룹의 불안 요소로 작용한 제2차 ‘형제의 난’ 불씨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효성그룹은 10년 전 빚어진 형제의 난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은 바 있다. 지난 2013년 조 명예회장의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이 경영권 승계 구도에서 밀려난 이후 자신이 소유한 ㈜효성 지분 전량을 오너일가가 아닌 일반 기관투자가에게 매각하면서 비롯됐다. 당시 조 전 부사장은 조 회장과 그룹의 주요 임원진을 횡령·배임 의혹 등으로 고소·고발한 것은 물론 오너일가의 사생활 폭로를 통해 그룹 경영권을 압박했다.

이번 인적분할 이후 기존의 지주사 지분은 조 회장에게, 신설지주사는 조 부회장에게 지분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지분교환 등의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장기적으로 효성그룹은 그룹 분리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효성신설지주는 ㈜효성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잠재력만큼은 우수하다는 것이 재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현재 효성첨단소재는 내연기관·전기차용 타이어코드 부문에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수소 에너지용 탄소섬유 시장에서는 세계 2위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이를 통해 효성신설지주는 효성첨단소재를 앞세워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하는 동시에 HIS 등 계열사와 함께 디지털전환(DX),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며 성장 기회를 엿본다는 계획이다.

㈜효성은 지난해 연간 매출 3조4366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지주사 분할 시 ㈜효성의 매출 규모는 약 1조8000억원, 효성신설지주의 매출은 약 1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이번 그룹 분리로 효성그룹의 순위는 4계단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효성그룹의 재계 순위는 31위에 머물고 있는데, 효성신설지주가 가져갈 ㈜효성의 자산 18%를 제외하면 셀트리온, 호반건설, KT&G, KCC 등에 밀려 35위로 내려앉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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