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를 인천 계양을 지역에 단수 공천하면서 국민의힘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의 ‘명룡 대전’ 대진이 확정됐다. 양대 정당의 대선주자급 정치인이 맞붙는 구도가 되면서 인천 계양을은 이번 총선의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게 됐다. 원 전 장관은 ‘범죄혐의자’와 ‘지역 일꾼’ 간 싸움이라는 구도를 설정한 바 있다.

원 전 장관은 "국회를 방탄용으로 쓰는 돌덩이를 치워 버리겠다"며 이재명과의 빅매치를 별러왔다. 이재명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위성정당 금지 공약을 내건 바 있어 비례대표를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히지만 결국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면서 지역구에 출마하게 됐다.

원 전 장관은 2021년 국민의힘 대선 경선 과정에서 ‘대장동 1타 강사’를 자임하며 대장동 사업 관련 의혹을 예리하게 비판, ‘이재명 저격수’로서의 명성을 높여왔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그 어느 지역도, 특정 정당의 볼모가 되어선 안 된다"며 "클린스만이냐, 히딩크냐"라며 "계양은 변해야 발전하고 분명히 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 계양을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국회의원 5선을 달성한, 야권의 텃밭이다. 민주당 당대표도 2명이나 배출했다. 그런 분위기는 최근 원희룡 후보가 한 식당에 들러 인사했을 때 생긴 해프닝에서도 드러난다. 원 후보가 인사하자 손님 한 사람이 "아, 밥맛없게. 저리 가요잉!"라며 무안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식당 주인에게 "아무나 좀 (가게에) 들이지 좀 마요"라며 항의했다고 한다.

이재명이 대선에서 패배한 후 송영길을 서울시장 선거에 내보내고 이곳을 뺏은 것도 그런 분위기에 편승하려는 것이었다. 자신의 방탄을 위해 호남 출신이 많은 이 지역을 정치적 볼모로 삼는 행보다. 이번 총선의 ‘명룡 대전’은 그렇게 구태의연한 정치 관행에서 이 지역과 나아가 대한민국 정치를 구해낸다는 의미를 갖는다.

원희룡과 이재명은 동년배이다. 사법시험 출신이고 법률가로서 사회 경력을 시작한 것도 비슷하다. 하지만 살아온 내용을 보면 정반대이다. 한 사람은 시험마다 전국 수석을 차지하며 모범생의 전형을 보여온 반면 다른 사람은 이력 자체가 추문으로 점철돼 있다. 아무리 민주당 텃밭 지역이라지만 멀쩡한 사람을 분간하는 최소한의 상식은 갖춰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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