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제성장률 1% 중반 그쳐...코로나19이후 3년만에 최저 수준
원전·방산 등 20대 주력품목 발굴...반도체·2차전지·자동차 수출 집중

/그래픽=김상혁 기자
/그래픽=김상혁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간 경제성장률이 1.4%에 머물며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분기별 성장률도 여덟 분기 연속 0%대 이하를 이어가면서 저성장이 고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 경제는 오일쇼크가 발생한 1980년 -1.6%,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5.1%,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닥친 2008년 0.8%,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0.7% 등 위기 상황에서만 2%대 미만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의 경우는 위기 상황이 아닌데도 성장률이 1%대 중반에 그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의 배경에는 소비와 투자 등 내수 부진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민간소비는 1.8% 늘었지만 2013년 1.7% 증가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부소비도 1.3% 늘어나는데 그쳤다.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가 유지되면서 지난 2000년 0.7% 증가 이후 2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축소됐다.

지식재산생산물투자 증가율은 1.6%로 1998년의 -2.9% 이후 최저였다. 그나마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회복되면서 나타난 경기의 상저하고(上低下高)로 성장률의 추가 하락을 막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내수 부진을 수출이 메우는 형태의 경제 흐름은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내수 부진이 하방 요인, 수출 개선이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를 걸어 내수 부진을 상쇄하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계획이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6% 늘었다. 분기별 GDP는 지난해 1분기 0.3%를 기록한 이후 세 분기 연속 0.6%를 기록했다. -0.3%의 역성장을 기록한 2022년 4분기를 포함해 지난 2년 내내 분기별 GDP 증가율이 1%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4분기 GDP를 항목별로 보면 민간소비는 0.2% 늘었다. 재화 소비가 크게 감소한 가운데 거주자의 국외소비지출이 증가한 영향이다. 소비가 해외에서 이뤄지면서 고용 등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됐다. 정부소비는 건강보험급여 등 사회보장현물 수혜가 늘어 0.4% 증가했다. 투자는 건설을 중심으로 부진했다. 설비투자가 운송장비 등을 중심으로 3.0% 늘었지만 건설투자는 건물과 토목 건설이 모두 줄면서 4.2% 감소했다.

결과적으로 소비와 투자 등 내수는 지난해 4분기 GDP를 0.2%포인트 낮춘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순수출(수출-수입)은 지난해 4분기 GDP를 0.8%포인트 끌어올렸다. 이 같은 양상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2월 수출은 1년 전보다 4.8% 증가한 524억 달러를 기록했다. 역대 2월 중 둘째로 많은 것이다. 특히 반도체 수출은 99억 달러로 66.7% 급증했는데, 이는 2017년 10월의 69.6%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43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대중 무역수지는 2억4000만 달러 흑자를 보였다. 17개월 만의 흑자 전환이다.

정부의 올해 수출 목표는 7000억 달러다. 지난해보다 10.7% 늘어난 것이고, 사상 최대 수출 기록을 썼던 2022년의 6836억 달러보다 2.4% 많아 무리한 목표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올해 1~2월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11.2% 증가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다. 반도체를 비롯한 3대 수출 품목과 중국·미국·아세안 등 3대 수출 지역에서 모두 플러스를 낸 덕분이다.

통상 우리나라 수출에서 1~2월은 ‘보릿고개’로 통한다. 실제 2022년 1월엔 51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냈고, 2020년 1월엔 수출이 6.6% 감소했다. 2015~2016년, 그리고 2019년 1~2월 수출도 마이너스였다. 올해 두 달만 놓고 보면 수출 목표를 향해 순항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해 정부는 수출 드라이브로 성장 모멘텀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원전과 방산 등 20대 수출 주력 품목을 발굴하고, 특히 반도체·2차전지·자동차 수출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 수출에 주력해 올해 반도체에서만 1200억 달러의 수출을 달성한다는 복안이다. 2차전지는 양극재와 음극재 등 배터리 핵심소재 생산기지 확대를 지원하고, 자동차는 역대 최대인 750억 달러 수출을 목표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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