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OHSU) 연구팀이 피부세포 핵을 난자에 이식하는 방법으로 고령이나 질병 등으로 난자가 손상된 여성도 출산을 가능하게 해줄 체외 인공수정(IVF) 원천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OHSU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OHSU) 연구팀이 피부세포 핵을 난자에 이식하는 방법으로 고령이나 질병 등으로 난자가 손상된 여성도 출산을 가능하게 해줄 체외 인공수정(IVF) 원천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OHSU

현대사회에서 불임은 매우 흔한 질병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불임 인구는 성인 6명 중 1명(약 17.5%)에 달한다. 불임부부들은 치료 과정에서 수반되는 정신적·신체적·재정적 3중고를 겪게 되는데, 특히 여성이 받는 고통이 크다.

미국 연구팀이 이런 불임으로부터 여성들을 해방시켜줄 혁신적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이 실용화되면 질병이나 노령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건강한 난자가 부족하거나 아예 만들어내지 못해 발생하는 여성의 불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학(OHSU)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교수팀은 최근 유명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인간의 피부세포로 체외 인공수정(IVF)을 위한 난자를 얻는 원천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피부세포로 건강한 난자를 얻고 이 난자가 생존 가능한 배아를 생산할 수 있음을 동물실험으로 입증한 것이다.

여성은 자신의 난소에 평생 만들어낼 난자를 갖고 태어난다. 그 숫자는 약 200만 마리다. 이후 매달 1만개씩 감소해 사춘기에 이르면 30~40만개가 남는다. 사춘기를 지나면 소실량은 월 1000개로 둔화되지만 30세쯤 체내 난자수는 약 7만2000개, 40세에는 약 1만8000개로 급감한다. 폐경 이전의 정상적인 여성도 고령일수록 임신 가능성이 낮아지는 이유다.

또 몇몇 질병이나 암 치료를 위한 일부 화학요법은 생식기관에 영향을 미쳐 난자가 손상되고, 이는 불임으로 이어진다.

연구팀은 자신의 건강한 난자를 배란할 수 없는 여성들을 위해 ‘체세포핵치환(SCNT)’ 기술에 주목했다. SCNT는 1996년 영국 에든버러대학교 이언 윌머트 교수와 키스 캠벨 교수가 세계 최초의 복제 양 ‘돌리’를 만들었던 기술이다.

연구팀이 지향하는 방법은 기증받은 정상 난자의 핵을 제거한 뒤 예비 엄마의 피부 조직에서 추출한 핵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그러면 엄마의 염색체가 난자에 이식된다. 또한 난자는 염색체 두쌍 중 한쌍이 자연 폐기되고 한쌍만 남기는 방식으로 배양된다. 나중에 예비 아빠의 정자와 체외 인공수정(IVF·시험관 아기)했을 때 수정란에 부모의 염색체가 절반씩 들어가도록 하기 위함이다.

미탈리포프 교수는 "여성이 정상 난자를 배란하지 못하는 경우 IVF는 기증된 난자를 그대로 사용하는 만큼 엄마와 유전적으로 관련 없는 아이를 출산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 기술은 자녀에게 부모 모두의 DNA를 준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가치를 갖는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앞서 2022년의 쥐 실험에서 이 방식으로 건강한 생쥐 3마리를 탄생시켰다. 이번 연구에서는 염색체의 절반이 분리·제거되는 기전과 염색체의 배열 순서를 정확히 밝혀냄으로써 상용화에 한발 더 다가섰다. 논문에 의하면 SCNT으로 피부세포의 핵을 난자에 이식할 때마다 염색체가 의도한대로 분리됐고, 배아가 가진 염색체 두쌍은 각각 피부세포를 제공한 암컷, 정자를 제공한 수컷 쥐의 염색체와 일치했다.

연구에 참여한 OHSU 의대 산부인과 전문의 파울라 아마토 교수는 "아직은 성공률이 1% 미만으로 매우 낮지만 충분한 가능성을 확인됐다"며 "후속 연구에서는 각 염색체 쌍이 올바르게 분리되는 비율을 포함해 각 단계에서 성공률을 높이는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물론 난자 제공이 불가능한 여성이 자신의 유전자를 가진 아이를 낳을 방법은 SCNT만이 아니다. 많은 연구자가 이 목표를 위해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배아줄기세포를 연구하고 있다. 이를 난자 세포로 분화시킬 수만 있다면 SCNT와 동일한 결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연구팀은 세포를 재프로그래밍하는 시간에서 SCNT가 월등한 우위를 가진다고 강조한다. 배아줄기세포는 세포의 재프로그래밍에 수개월이 시간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원치 않는 다양한 유전적·후성유전학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반면 SCNT 기반 기술은 2~3시간 만에 원하는 난자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많은 국가에서 불임 치료에 인공 난자와 정자의 활용을 금하고 있는 것이 과제로 남아 있지만 기술의 안전성과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면 금줄은 자연히 풀릴 것으로 보고 있다.

미탈리포프 교수는 "아직 원천기술 수준이라 임상 단계에 도달하는 데에만 최소 수년은 걸릴 것"이라면서도 "임상에 활용된다면 IVF의 혁명을 일으켜 질병, 노화, 암 치료로 인해 생식세포(정자·난자 세포)를 잃은 많은 불임 환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체세포핵치환(SCNT)’ 기술 기반 불임 치료기술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학(OHSU)의 분자·세포 생명과학자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교수와 산부인과 전문의 파울라 아마토 교수. /OHSU
‘체세포핵치환(SCNT)’ 기술 기반 불임 치료기술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학(OHSU)의 분자·세포 생명과학자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교수와 산부인과 전문의 파울라 아마토 교수. /OH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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