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2월 26일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유럽 지도자 및 정부 대표들과 우크라이나 지원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왼쪽),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가운데), 안제이 세바스티안 두다 폴란드 대통령(오른쪽). /로이터=연합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2월 26일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유럽 지도자 및 정부 대표들과 우크라이나 지원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왼쪽),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가운데), 안제이 세바스티안 두다 폴란드 대통령(오른쪽). /로이터=연합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3년으로 접어들면서 유럽 나토의 대표국인 독일과 프랑스의 리더십 싸움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2월 26일 우크라이나 지원 국제회의 이후 단독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보내는 것에 대한 합의는 없지만, 어떤 것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수준을 끌어올리자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주저했던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를 겨냥한 신랄한 일침"이라고 지적했다. 독일의 숄츠 총리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마크롱의 발언 다음 날 "동맹국들 사이에 처음 합의된 내용은 앞으로도 계속 유효하다"며 "유럽 국가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 파병되는 군대는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르몽드는 독일과 프랑스의 단결력은 전쟁 초기부터 시험대에 올랐다고 짚고 있다. 독일 국제안보문제연구소의 클라우디아 마요어 국방 전문가는 "숄츠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 모두 전쟁 발발 이후 이번 전쟁이 ‘역사의 전환점’이라고 주장했지만 완전히 반대되는 결론을 도출했다"고 진단한다.

마요어는 "이 전쟁을 계기로 숄츠 총리는 독일이 국방 문제에 있어서 미국 없이 안된다는 점을 확인했고, 반면 마크롱 대통령에게는 유럽의 전략적 주권을 강화하는 게 더 절실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숄츠 총리는 과거 전쟁 확대를 우려해 우크라이나에 레오파드 전차 지원을 거부하다 미국이 에이브럼스 탱크 지원을 약속하자 입장을 바꿨다. 프랑스는 독일이 주도하는 ‘유럽영공방어계획’이 미국과 이스라엘 방산업체에 기반하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내 왔다.

국방과학연구소(ADD, Agency for Defense Development, 1970년 8월 6일 설립).
국방과학연구소(ADD, Agency for Defense Development, 1970년 8월 6일 설립).

한편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5일(현지시간) 발표한 ‘유럽방위산업전략’(EDIS)에서 2030년까지 27개 회원국 국방 조달 예산 50%의 EU 내 지출을 목표로 제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기준 수입산 비중이 80%, 역내 구입 비중은 20%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 등 제3국 수입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티에리 브르통 EU 내수시장 담당 집행위원도 5일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의를 받고 "(EDIS가) 미국과 한국 방산업계에 안 좋은 소식일까? " 반문하면서 "향후 우리(나토 회원국) 스스로 생산해야 한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수십 년간 미국의 ‘안보 우산’에 무임승차(free-riding) 해온 유럽국가들이 사실상 손 놓고 있던 역내 무기 생산 역량 확충에 나선 셈이지만, 향후 10년간 그 성과는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당장 시급하게 우크라이나 최전선에서 필요로 하는 군수물자를 조달하기 위해 나토국들은 적어도 몇년간은 한국 등에서 포탄과 미사일등을 구매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일찌기 1970년도에 국방과학연구소와 각종 전략 산업을 일으킨 박정희 대통령의 혜안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하며 한국의 번영에 이바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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