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산업용 전기의 가격이 주택용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용 전기는 우리나라 전체 전력 소비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통상 세계 주요국에서는 배전 설비 투자 등 원가가 적게 드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보다 낮게 형성돼 있다.

10일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킬로와트시(㎾h)당 산업용과 가정용 전기 판매 단가는 각각 153.7원, 149.8원으로 산업용 전기 판매 단가가 3.9원 높았다. 산업용 전기 가격이 주택용보다 높아진 것은 지난 2019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당시 산업용 전기와 주택용 전기 가격은 1㎾h당 각각 106.6원, 105원이었다.

산업용 전기가 주택용보다 비싸진 것은 지난 2022년부터 국제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정부가 여섯 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올렸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가정용보다 산업용 전기요금을 더 많이 인상했다.

한전의 연간 전기 판매 단가는 요금 인상이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 2021년 108.1원에서 2023년 152.8원으로 41.4% 올랐다. 이 기간 주택용은 37.2%, 산업용은 45.7% 올라 산업용의 상승 폭이 더욱 컸다. 특히 정부는 지난해 11월 주택용 등 나머지 전기요금을 모두 동결하고 주로 대기업이 쓰는 대용량 산업용 전기만 ㎾h당 평균 10.6원 올렸다.

우리나라에서 산업용 전기 단가가 주택용보다 높아진 것은 관련 통계가 나온 지난 1961년 이후 2019년, 2023년 두 차례뿐이다.

산업용 전기의 단가 인상은 천문학적인 빚더미에 허덕이는 한전 수익 구조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한전은 200조원이 넘는 부채로 한 해 이자로만 4조원가량 부담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 2022년 쓴 전력량은 각각 2만1731기가와트시(GWh), 1만41GWh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양사가 부담한 전기요금은 약 3조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8월 발표한 ‘2022년 에너지 가격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산업용과 가정용 전기요금은 메가와트시(MWh)당 95.3달러, 106.8달러로 OECD 평균인 144.7달러, 196.1달러와 비교해 66%, 54% 수준이다. OECD 38개국 가운데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보다 비싼 국가는 튀르키에, 리투아니아, 헝가리, 멕시코 등 4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