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는 인류역사상 생산력이 최대치 오른 시대였다. 1, 2차 대전이 끝난 후 식민지 약탈 전쟁이 막을 내렸다. 미국은 브레튼우즈협정으로 자유무역 시대를 열었다. 1970년대 미국과 유럽, 일본 기업의 생산력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미국의 경제사회학자 갈브레이스는 저서 <새로운 산업국가>(The New Industrial State) 등을 통해 미래사회는 정치·군사가 역사를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기술혁명이 역사의 주체"라고 주장했다. 이후 인터넷·스마트폰·AI까지 신기술이 사회·역사를 바꿔온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기업이 국가 역할을 대체하는 현상은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출산율 높이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최근 일본의 경제주간지 도요게이자이가 2023년 대학 졸업 예정자 2만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가 눈에 띈다. 이토추상사는 미쓰비시·미쓰이와 함께 일본의 3대 종합상사다. 이 조사에서 이토추상사가 2년 연속 여대생이 선호하는 직장 1위, 남자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직장에서도 1위에 오르며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종합상사는 연봉이 높은 만큼 노동강도가 세다. 직원들이 아이를 낳기 어렵다. 이토추상사의 2013년 사내 합계출산율은 0.6명. 일본 평균 1.41명보다 두 배 이상 낮았다. 그런데 2022년 이토추의 출산율이 1.97명으로 9년 만에 3배 올랐다. 같은 해 일본 평균은 1.3명. 비결이 있었다. 아침형 근무제를 도입했다. 오후 8시 이후 잔업을 폐지하고 아침 5~8시 근무에 대해 잔업수당을 할증해서 지급했다. 야근을 없애고 조근(朝勤)으로 대체한 것이다. 또 다이세이건설사는 아침형 근무와 남성 직원들의 육아휴직을 100% 사용하도록 했다. 다이세이건설의 사내 출산율은 일본 전체 평균(2021년 1.33명)의 2배에 가까운 2.5명이다.

현재 한국의 출산율은 급락세다. 반면 일본 출산율은 완만한 하락세다. 근본 이유는 일본 기업들의 자율성 확대다. 자유주의 시장경제는 기업의 자율성이 기초다. 새로운 창조는 기업의 자율에서 나온다. 기업의 자율성을 저해하는 정치적 간섭은 가능한 한 없애는 것이 좋다.

아침형 근무는 건강에 좋다. 일찍 귀가하면 부부 간 대화와 성생활이 나아진다. 가족생활과 회사생활이 동시에 개선된다. 우리 정부와 기업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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