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간 ‘北 응원단’… 한국 언론 깊이 반성해야
돌아간 ‘北 응원단’… 한국 언론 깊이 반성해야
  • 더 자유일보
  • 승인 2018.02.2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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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이 찬사를 바친 '미녀응원단'이 김일성 가면을 쓰고 평창올림픽 응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언론이 찬사를 바친 '미녀응원단'이 김일성 가면을 쓰고 평창올림픽 응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언론 미디어비평 그룹]

왜 한국 언론은 북한에서 응원단이 올 때마다 ‘미녀’라는 단어를 붙여주는가? ‘미녀’라는 극도로 호의적인 수식어로 독재체제의 선전도구에 지나지 않는 응원단을 포장해 주는 이유가 무엇인가. ‘미녀’는 사람 이름이나 지명 등 고유명사가 아니지 않은가. 더욱이 ‘모란봉 악단’이나 ‘삼지연 관현악단’처럼 북한이 스스로 붙인 이름이 아닌데도 말이다.

“북한응원단, 미녀의 춤사위(JTBC),” “환호하는 미녀응원단(JTBC),” “가면 없는 북 미녀응원단...(매일경제),” “북한 미녀응원단, 돋보이는 미모(매일경제),” “북한 미녀응원단,... ‘미모 군단’ 눈길(더 펙트).”

이 같은 제목만이 아니다. 방송, 신문 할 것 없이 기사마다 ‘미녀’를 남발했다. ‘미녀 응원단’ 명칭을 공식화했다.

중앙일보는 “팔공산의 ‘북한 미녀응원단 흔적”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응원단은 12년 5개월 만의 방남이다. 이른바 ‘미녀군단’으로 통하는 북한 응원단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팔공산에 가면 북한 녀 응원단의 흔적만 따로 모아둔 전시관이 있다...미녀 응원단들이 자필로 쓴 글이 벽을 가득 메우고 있다...미녀 응원단이 떠나면서...” 중앙일보는 12년 전 아시아 게임 때의 기사에도 “북한 미녀 응원단 그동안 뭘 했나”라는 제목을 달았다.

동아일보는 “평창 올림픽에 오는 북한 미녀 응원단”이란 기사에서 “올 때마다 화제를 몰고 다녔던 북한 미녀응원단이 13년 만에 다시 남한 땅을 밟습니다...북한의 미녀응원단은 어떤 기준으로 선발할까요...북한 미녀응원단이 올 때마다 깜짝 스타도 탄생했는데요”라고 썼다.

북으로 돌아가는 북 선수단과 응원단. 연합뉴스
북으로 돌아가는 북 선수단과 응원단. 연합뉴스

언론의 ‘짜 맞추기(framing)’는 금기

‘미녀’의 기준은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많은 사람이 동의하는 미의 기준이 있기는 하나 그것조차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누구도 스스로 “나는 미녀입니다”라고 하지 않는다. 그러다간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개인들도 남을 칭찬하거나 호감을 표시할 때도 대놓고 ‘미녀’라고 하는 것은 조심스럽고 부담스런 일이다. 쑥스런 일이기도 하다. 하물며 언론은 말할 나위가 없다.

언론의 궁극적 목표는 객관성, 공정성, 균형성을 갖춘 기사를 독자와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일이다. 언론사나 기자는 개별의 주관적 감상과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그러나 언론사나 그 속의 기자들은 자신의 정치적·사회적· 문화적 편견, 이념의 편견에 바탕을 둔 판단과 시각에 따라 사건과 인물을 해석해 독자나 시청자들에게 제시한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고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만의 틀(frame)속에서 보는 대로 표현과 해석을 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특정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그것을 ‘언론의 짜 맞추기(framing)’라고 한다. 언론이 공정, 객관, 균형이 그러한 편견에 희생된다. 언론이 신뢰를 잃는 이유이다.

한국 언론은 북한 응원단을 ‘미녀’라는 틀 속에 집어넣어 보도함으로써 응원단에게 단순한 집단을 넘어서는 상징적 가치를 부여했다. 그래서 독자나 시청자들의 응원단에 대한 큰 흥미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자연스럽게 그들에 대한 호감과 친밀도도 크게 높아졌다. 국민들의 그런 반응은 언론의 보도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그러나 언론은 고유명사도 아닌 ‘미녀’라는 주관적 수식어를 특정 집단에 함부로 붙여서는 안 된다. 어떤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그런 수식어를 남발했다면 언론의 정도를 벗어나는 위험한 일이다. ‘북한 응원단’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응원단이 가진 정치성을 언론이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언론이 ‘미녀’라는 프레임을 교묘하게 활용해 의도적으로 북한 띄우기에 나섰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언론이 북한에 대한 호의적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는 의심을 사게 된다. 아니면 ‘얼짱’이란 조어를 함부로 사용하는 것처럼, 외모 지상주의에 빠져있는 사회 시류를 쫓아 아무 생각 없이 그랬을 수 있다.

그렇다면 언론의 품위를 저버리는 경박한 일이다. 유난히 외모에 집착하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에 물든, 조심성 없는 말초적 행위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방한한 북 김영철 리선권. 연합뉴스
방한한 북 김영철 리선권. 연합뉴스

북한의 체제선전, 언론이 ‘도우미’ 역할

북한이라는 것을 떠나 경쟁을 하는 스포츠에서 언론이 특정 응원단에 미녀라는 수식어를 붙여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모든 여자 응원단을 그렇게 불러주지 않는 한 명백한 차별이다. 한국 언론이 그동안 프로 스포츠 응원단을 비롯해 국내 어느 응원단을 ‘미녀 응원단’이라고 지칭한 적이 있는가. 유독 북한 응원단에게만 그런 수식어를 쓰는 것은 공정하지도 객관적이지도 않다. 균형을 잃어도 한참 잃었다.

국민들은 언론이 가둔 ‘미녀’ 프레임에 빠져 응원단원들의 생김새와 몸놀림에 관심을 갖고 빠지게 된다. ‘미녀’라는 수식어에 이끌려 한줌의 선수를 위해 수백 명의 응원단을, 그것도 공짜로 내려 보내는 것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행태인지를 잊을 뿐 아니라 응원단 파견의 숨은 정치적 저의마저 잊어버린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응원단이 공산독재체제의 선전도구라는 사실을 잊게 된다. “역시 우리 민족은 하나”라는 감상에 젖어 “평화가 소중하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대한민국 사람들을 혼란케 하려는, 북한이 응원단을 파견한 숨은 목적은 자연스럽게 달성되는 것이다.

북한은 이번 평창올림픽을 자신들의 정치적 선전장으로 마음껏 활용했다. 폐막식에 거침없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내려 보낸 것은 그 절정이었다. 그러한 북한의 오만함은 상대인 한국 정부가 만만해 보였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거기에 냉정한 판단력을 잃고 있는 한국 언론이 크게 한몫을 했다.

jayooilbo@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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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북 2018-02-27 16:25:11
언론의 사명이 이것은 아니죠. 국가와 한마음으로 가도 시원찮은 정세에 ..ㅉㅉ.....

김병문 2018-02-27 11:51:49
언론의 수준이 1970년도 허접했던 주간지 수준으로 바닥을 치내요...쓸대없는 언론들이 우후죽순처럼 마구잡이로 생겨날적에 이럴줄 알았음..수적으로 팽창해지면 질은 당연히 바닥을 칠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