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 백 씨가 운영한다는 사업체의 등록지로 돼 있는 건물. 러시아에서 탈북민 지원활동을 했던 백 씨는 지난 1월 말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에 체포됐다. /연합
선교사 백 씨가 운영한다는 사업체의 등록지로 돼 있는 건물. 러시아에서 탈북민 지원활동을 했던 백 씨는 지난 1월 말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에 체포됐다. /연합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탈북민을 돕던 한국인 선교사가 정보기관 연방보안국(FSB)에 체포돼 구금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러시아 당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뒤부터 탈북민 지원 활동을 강력히 단속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러시아 내 탈북민 지원활동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한국인 선교사 백 모 씨가 지난 1월 말 FSB에 체포되기 훨씬 전부터 러시아 당국이 탈북민을 보이는 대로 체포하고, 탈북민을 돕는 사람들을 소환해 경고하거나 감시하는 등의 압박을 취해왔다.

소식통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전 러시아 당국은 한국인이든 자국민이든 탈북민을 돕거나 탈북을 지원하는 활동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뒤 그해 후반부터 러시아 당국의 행동에 큰 변화가 생겼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러시아 당국은 경찰과 FSB를 동원해 탈북민 체포 및 강제북송을 했고, 탈북민을 돕는 한국인은 물론 자국민에 대해서도 단속을 시작했다. 소식통은 2022년 말에 일어났던 고려인 A씨 부부 사례를 설명했다.

고려인으로 러시아 국적인 A 부부는 수 년 동안 탈북민들을 돌보고 지원했다. 그들의 생활을 연민해서였다. 그런데 2022년 12월 갑자기 지역 경찰서에서 호출을 했다. 경찰은 "더 이상 탈북민을 돕지 말라. 계속 하면 ‘반국가 활동’ 혐의를 적용해 체포하고 자산도 몰수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어 A씨 부부가 돕던 탈북민 2명을 찾아내 구금했다. 러시아 경찰에 붙잡힌 탈북민들은 강제 북송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A씨가 외출을 할 때면 가는 곳마다 경찰차가 따라붙는 등 감시까지 했다고 한다. 결국 A씨는 그 후로 탈북민 지원 활동을 완전히 접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었다. 소식통은 "이런 식의 탈북민 지원활동 금지와 관련자 감시는 경찰뿐만 아니라 FSB도 당연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가 이러는 것은 이념이나 북한에 동조해서라기보다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뒤 동맹을 하나라도 더 늘이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과 모종의 거래를 했거나 요구를 들어준 게 아닌가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 특히 극동 지역에는 벌목공을 비롯한 북한 근로자가 거의 없다. 러시아 당국의 단속으로 인해 탈북자도, 탈북자를 돕는 사람도 이제는 거의 없다고 한다. 게다가 지난 1월 말 FSB가 선교사 백 씨를 체포한 사건은 향후 러시아에서 탈북민 지원 활동을 펼치지 못하게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북한인권운동가들이 많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12일 강동완 동아대 교수 겸 하나센터장과의 인터뷰를 전했다. 강동완 교수는 2016년부터 러시아 탈북민과 북한 노동자들에게 인도적 지원을 해왔다. 그런 그가 3월 말 계획했던 블라디보스토크 방문 계획을 재고하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강동완 교수는 백 선교사 체포·구금과 관련해 "결국 북한 당국은 현장의 노동자들을 통제하고자 했을 것이고, 그러한 요청을 러시아가 받아들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방송은 "지난해 7월 중국이 반간첩법 개정안을 시행한 뒤 중국을 방문하려던 선교사들이 계획을 포기하고 현지 교회 문을 닫기도 했다"며 "사실상 중국 내 탈북민 관련 활동이 불가능해졌다고 활동가들은 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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