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17일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노무현 비하’ 논란에 휩싸인 양문석 경기 안산갑 예비후보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17일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노무현 비하’ 논란에 휩싸인 양문석 경기 안산갑 예비후보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한 발언으로 공천 취소 위기에 처한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갑 후보를 두고 민주당 내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김부겸 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17일 양 후보를 만나 "수습할 수 있는 건 당신밖에 없다"고 말하며 사실상 후보직 사퇴를 요구했다. 양 후보가 "워낙 저한테 화가 많이 나 계신 것 같다"고 하자, 김 위원장은 "하여튼 상황이 이렇게 됐다. 지금 스스로 수습할 수 있는 건 당신뿐"이라며 "여기서 새로운 게 더 나오면 우리도 보호를 못 한다"고 했다.

친문계 윤건영 의원은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가슴 깊이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기 어렵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당사에는 대통령님 사진을 걸어두고, 당의 후보는 대통령님을 매국노라고 하는 괴이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또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긴급호소문을 통해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습니다. 바로잡는 것을 두려워 하지 마십시오"라고 당 지도부에 호소했다. 양 후보에 대한 공천 취소를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16일 경기 하남시 현장 기자회견에서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을 비난했다고 비난한 정치인을 비판하거나 비토하지 않았을 것이고 저 역시 마찬가지"라며 "안 그래도 입이 틀어 막혀서 못 살겠는데 표현에 대해 가급적 관대해지자"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제 욕도 많이 하라. 물어뜯어도 저는 뭐라 하지 않는다"며 "안 보는 데서는 임금 욕도 한다고 하는데 우리 사회가 독재로 돌아가선 안 된다"고 말했다.

현역 전해철 의원을 꺾고 공천을 받은 양 후보는 지난 2007년과 2008년 언론연대 사무총장 시절 언론에 기고한 칼럼에서 "노무현 씨에 대해 참으로 역겨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지지자들은) 기억상실증 환자" 등의 주장을 했던 게 알려지며 사퇴 요구가 거세졌다. 또 "국민 60~70%가 반대한 한미 FTA를 밀어붙인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불량품"이라고 한 이력도 소환됐다. 이런 글이 뒤늦게 알려지자 양 후보는 "수많은 반성과 사죄의 시간을 가져왔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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