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세종시 유권자를 상대로 한 연설에서 "살 만하다 싶으면 2번(국민의힘) 찍든지 아니면 집에서 쉬시라"고 한 발언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 발언은 이재명의 인격 그리고 그의 인생과 정치 역정 전반에 대한 증거라고 할 만하다. 취중진담이라고 하지만, 이재명의 일거수일투족은 술 취하지 않고도 내심을 드러낸다. 이재명의 그날 발언은 국민을 편 갈라 상대편은 투표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 정치에 대해 이런저런 비판도 많지만 이재명처럼 정치 전반의 수준을 저하시킨 정치인도 드물다. 자기 형수에게 퍼부었던 막말은 조직폭력배나 양아치들도 입에 담기 어려운 수준이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라고 안 새랴. 대선에서 박빙의 승부를 펼친 후보이자 원내 제1당의 당수가 됐음에도 그의 천격(賤格)은 감춰질 수 없는 것 같다.

이재명은 이 발언이 있기 6일 전에도 ‘2찍’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키고 본인이 직접 사과까지 했다.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서 선거운동을 하던 도중 젊은 남성을 향해 "설마 2찍, 2찍 아니겠지?"라고 물으며 웃음을 터뜨렸던 것이다. ‘2찍’은 대선에서 기호 2번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을 뽑은 사람들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혐오 표현’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이재명은 "저의 발언은 대단히 부적절했다.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인 바 있다.

이재명의 천박한 언행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번 총선을 맞아 똘똘 뭉치고 있다.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는 경고음이다. 대중의 양심과 상식에 대한 믿음을 기초로 하는 민주주의 정치에서 대중이 오염되면 답이 없다. 싸구려 사탕이 아이들의 이를 썩게 만드는 것처럼, 문재인 정권의 포퓰리즘 정책이 이 나라 국민의 이성을 망가뜨린 결과라고 봐야 한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부자 몸조심하듯 안전제일주의를 지상명령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현역 위주 공천에 조금이라도 논란이 되는 후보는 알아서 자른다. 민주당을 흉내내서 같이 타락할 필요는 없지만, 손에 더러운 것 묻히지 않으면 청소도 못한다. 지금 국민의힘은 민주팔이들이 수십 년째 쌓아오고 있는 쓰레기를 청소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받았다. 용기와 사명감을 갖춘 정치인을 적극적으로 찾는 자세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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